한국일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2024-06-22 (토) 김범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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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가 알아야 하고 같이 부르고 따라 불러야 민요가 있다면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곡조가 비슷한 것 같지만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경기도아리랑 등 어림잡아 60개가 넘는 아리랑이 있다. 같은 곡조의 노래 하나가 이렇게 여러 노래가사로 서로 다른 것은 한국 사람이 사는 모든 곳에는 아리랑의 노래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아리랑 민요는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경기아리랑이 있는데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이라는 말은 도대체 지금의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옛날 고전에 나오는 말도 아니어서 그 뜻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어느 누구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을 한 단어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리랑 노래의 매력이고, 우리 민족의 다양한 감정과 사고의 풍요로움인 것이다.

아리랑의 노래에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가사가 있는데 이 말이 정말 남이 안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저주인지, 아니면 떠나보내는 님을 사랑하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애절한 아쉬움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그 넘어가는 아리랑의 곡조 속에 단정할 수 없는 인생의 정의가 담겨있다. 어느 누구를 사랑하고 기대하는 안타까움과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 대한 아픔과 애달픈 마음은 진한 사랑에 웃고 우는 뒤얽힌 삶에 배어있는 우리 한국 사람들의 정과 한이 담겨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가사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고개가 아닌 인생의 고비고비 굽이굽이를 넘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고뇌에 찬 그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리랑은 지쳐 힘들어 숨이 헐떡거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진도 아리랑의 가사는 “아리랑 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문경새제는 웬 고개인가 굽이야 굽이굽이가 눈물이로구나”라고 하면서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을 아라리가 났다고 했다. 그 아라리와 쓰라리는 사랑이요, 눈물이요, 이별이요, 아픔이요, 가슴 찢고, 땅을 치는 그런 인생의 파란만장한 가슴을 표현한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가슴이 아프다고 할 때 가슴이 여리다라고 한다. 때로는 가슴이 아리다고 한다. 마음이 모질지 못한 사람을 어리어리하다든가 여리여리하다고 한다. 또 보고 싶은 사람이 눈에서 어른거릴 때 눈앞에 어른거린다, 아른거린다고 한다. 속이 좋지 않아서 배가 아플 때 배가 쓰리다고 한다. 아린 것이나 쓰린 것이나 다 한결 같이 무난하지 않고 무엇인가 걸리고 괴로운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들이다.

결국 삶의 노래, 좋을 때 부르는 노래, 기쁠 때 추는 춤, 때로는 슬퍼서 가슴이 찢어지고, 괴로워서 땅을 칠 때의 그 모든 상황이 다 아리랑 쓰리랑이고, 아리아리요 쓰리쓰리인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들이고, 인생의 순간들인가? 우리의 삶은 아리아리에 살고 죽고 쓰리쓰리에 살고 죽는 아리랑의 인생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이 우리를 만족하게 하사 우리를 일생 동안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 우리를 괴롭게 하신 날수대로와 우리가 화를 당한 연수대로 우리를 기쁘게 하소서(시편 90:14)”

좋았던 날이든 싫었던 날이든 그 인생의 순간들은 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넘어가고 지나가야 하는 것들이다. 오늘도 아리랑을 부르며 사랑을 노래하고, 님을 그리워하고, 나를 위로하는 그런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김범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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