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대만 총통선거가 그 스타트였던가. 전 세계 76개국 42억여 명의 유권자들이 한 표 행사 대행진에 들어간 게.
2024년 ‘수퍼 선거’의 해를 맞아 라틴 아메리카에도 선거열풍이 몰아닥쳤다. 2월 4일의 엘살바도르 대통령선거를 시작으로 파나마 대선(5월 5일), 멕시코 대선(6월 2일)이 잇달아 치러졌고 베네수엘라는 오는 7월 28일 대선이 예정돼 있다.
또 다시 찾아온 선거 시즌. 라틴 아메리카의 최대 이슈는 무엇일까. 마약 카르텔과 정치적 불안을 올 선거에서도 이 지역 유권자들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칠레의 한 싱크 탱크는 밝히고 있다.
그 우려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무차별 총격에, 암살 등 폭력과 피로 얼룩져지고 있는 게 라틴 아메리카의 선거시즌이다. 그 한 케이스가 멕시코다. 각급 후보자가 20명이 넘게 피살되는 등 공포 가운데 치러진 게 멕시코의 6.2 선거다.
선거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것은 그 대부분이 마약 카르텔의 소행이다. 마약 카르텔은 수 십 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던 것이 마약 비즈니스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초국적 범죄조직으로 변신해 가고 있다.
마약 카르텔로 대표되는 라틴 아메리카의 조직범죄들이 이처럼 활개 치는 데 필수적 요소는 정부, 다시 말해 공권력의 도움이다.
지역 경찰을 매수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한 지방정부를 통째로 돈으로 사들인다. 그 방법이 안 통하면 협박에 살인도 마다 않는다. 그래서인가. 멕시코에서 콜롬비아에 이르는 코카인 밀매루트에 포진해 있는 중남미 국가들의 살인 율은 전 세계 톱을 달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더나가 의회의원들을, 사법부를, 심지어 대통령까지 매수해 내 편으로 삼는다. 마약 카르텔과 정치 엘리트들이 동맹을 맺는 거다. 멕시코에서 과테말라, 파나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그리고 브라질까지 라틴 아메리카지역 곳곳에서 오늘 날 목도되는 현상이다.
상당수의 라틴 아메리카 주민들은 민주 정부와 조직범죄가 연계된 ‘하이브리드(hybrid) 형태의 정부’아래에서 살고 있다고 할까.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3부 외에 마약 카르텔이란 제 4부로 구성된 정부. 이것이 상당 수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의 오늘날 현실인 것이다.
그 극단적 예는 마두로체제의 베네수엘라다. 마두로 정권은 몇몇 유력 범죄조직과 함께 마약밀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체제유지도 힘을 합쳐 함께 해 나가고 있다. 시카고 대학 연구조사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라틴 아메리카 주민의 13%는 조직범죄의 통치시스템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마약 카르텔, 더 나가 여러 유형의 이권 카르텔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면에서 멕시코, 콜롬비아, 심지어 에콰도르보다도 한동안 한 수 아래였었다. 그러다가 무서운 기세로 따라잡고 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를 배출한 페루다.
후지모리는 1990∼2000년 대통령으로 재임 중 자행한 학살·납치 등 온갖 반 인권범죄와 관련, 지난 2009년 25년 형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6일 돌연 석방됐다.
페루 정치계 뒤안길에서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후지모리 패밀리. 그 탓인지 페루의 정치풍향에 변화가 일면서 사법부도 입장을 바꾼 결과다.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의회 탄핵과 함께 페루의 정치기상도는 또 한 차례 거센 풍랑에 시달리게 된다. 그 때가 2022년 말께로 이후는 페루에서는 일찍이 듣도 보도 못했던 일들이 잇달아 합법적 입법 조치란 틀을 쓰고 자행되고 있다.
후지모리의 악행을 드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런 조직범죄퇴치 법을 페루 의회가 폐기한 것이 그 한 예다. 바로 뒤 따른 것이 후지모리 석방이다. 한걸음 더 나가 페루 의회는 조직범죄의 의미를 대폭 좁혀 해석한 형사법개정을 함으로써 조직범죄 수사를 한층 어렵게 했다. 페루 판 ‘검수완박’의 위업을 달성했다고 할까.
문제는 이런 입법조치에 가담한 의원의 절반 이상이 수사대상자들이란 사실로 그들은 금광불법체굴 용인 등 범죄조직으로서는 불감청(不敢請)이지만 고소원(固所願)인 입법조치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합법적 입법 활동이란 이름하에 앞장서서 민주체제와 국가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는 페루의 선량들. 그리고 배후에서 그들과 연계되어 있는 각양의 이권 카르텔들. 관련해 뭔가가 어른거리는 것 같아서다.
마치 이재명 대표 결사옹위정신으로 똘똘 뭉친 것 같다. 특히 지난 7일 대북송금사건 유죄판결을 계기로. 그리고는 방탄입법도 모자라 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하면 ‘법왜곡죄’로 걸어 판사도 처벌하겠다며 삼권분립을 흔드는 입법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입법 사유화를 통해 이재명지키는 흉기가 되어가는 더불어민주당 천하의 대한민국 국회가 바로 그 모습이다.
그 형세가 자못 그렇다. 베네수엘라 행 특급열차로 대한민국을 내몰고 가겠다는 필사적 의지라도 보이고 있다고 할까. 아니면 더 나가 이재명 사수의 총폭탄이 되자는 그런 섬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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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