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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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사람 가는 사람

2024-06-05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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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도로는 거의 모두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며 동서 간, 남북 간 반듯하게 신설한 계획도로여서 운전하기 간편하고 초행 길 찾아가기에도 쉬운 특징이 있다. 그에 비해 뉴저지의 도로는 연방 고속도로나 주 간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기존 주거지나 자연환경을 우선하느라 좁은 골목길이 많고 고속도로도 산길을 돌아가며 곡선으로 만든 도로가 대부분이다.

그 길에 지금 온통 풋풋한 향기와 색채가 넘쳐난다. 차를 운전해 집만 나서면 사위(四圍)가 어린아이 손 같이 부드러운 연초록 나뭇잎들로 뒤덮여있어 어디로 가던 깊은 산 속이거나 공원 한가운데를 지나는 느낌이다. 거기에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되는 소나기와 햇볕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도로변 수풀만이 아니라 텃밭의 채소들마저 덩달아 춤을 추게 만든다.

지난해 6월에 왔으니 어느새 1년이다. 나는 서부에서 동부로 왔는데 그 반대로 내가 오자마자 여기에서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교회에서 만난 김 집사님은 LA 사는 딸네와 같이 살고 싶다며 공교롭게도 바로 내가 살던 그 동네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고 자동차 정비소의 남 사장님도 자녀들이 기다리는 애틀랜타로 간다며 서둘러 비즈니스를 정리했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만 옛날 사람들은 당장의 이별이 서러워 가는 사람은 한사코 붙잡는 것이 인정이었다. 백난아 씨가 부른 ‘아리랑 낭랑’에서는 오죽하면 ‘가는 님은 밉상이요 오는 님은 곱상이라’고 했겠는가. 그러나 이제 생각하면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고 한 맹자의 가르침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이 다양한 세상에 머무는 동안 장소나 사람과의 인연을 너무 고집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살다 인연이 다하면 떠나는 것이고 또 다른 인연이 생기면 오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을 일삼고 자기 자리만 지키려다 국민 밉상이 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용서를 빌며 바로 떠나는 것이 옳지 버티면 추해진다. 불가에서는 인연의 물길 따라 집착 없는 마음으로 살라 했다.

양심과 지조를 지키는 건 그와는 다르다. 선거철을 거치면서 새로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는 사람도 있고, 더러는 눈앞의 이익을 쫓아 머물던 곳을 배신하는 철새 정치인들도 있다. 이들 배신자들은 자기가 떠난 결심을 정당화하고 돌아갈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결기를 보인다며 과하절교(過河折橋)라고, 떠나온 곳을 마구 비난하고 돌아갈 길을 없애버리는 허접한 사람들도 있다.

오는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첫 TV토론이 열린다. 이어서 7월11일에 있을 트럼프의 유죄평결 최종선고가 지나고 나면 다음 해 백악관에 누가 오고 누가 가는지 대강 짐작이 설 것이다. 다만 트럼프에게 지금 마음속에 걸리는 일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3년 전, 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의사당 난입사건에 책임논란을 일으켰었나 하는 일일 것 같다.

LA에 두고 온 친구 가운데 함께 교회를 다니며 가깝게 지나던 동료들이 있다. 그들 중 4 가정이 오는 단풍철에 동부 여행을 오겠다고 해 벌써부터 설렘을 준다. 다시는 못 만날 것 같던 다정한 사람들을 1년여 만에 재회하다니-- 세월이 흘러도 좋은 인연은 남아있는 것이 기쁘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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