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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가족력 2명만 있어도 발병 위험 18배

2024-05-16 (목)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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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

췌장암, 가족력 2명만 있어도 발병 위험 18배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 [중앙대병원 제공]

췌장은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췌장암이 발생하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췌장암 환자의 90% 정도가 수술받을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진행된 뒤에야 암을 발견한다. 이로 인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5.9%에 불과해‘고약한’ 암으로 통한다.‘췌장암 수술 전문가’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췌장암은 별다른 증상이 없고, 증상이 생겨도 다른 소화기계 질환과 비슷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며 “5년 생존율이 극히 낮은 만큼 정기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췌장암을 설명하자면.

그리스어로 ‘순살’이라는 뜻을 가진 췌장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기능과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상복부 후복강에 있으며 길이 15㎝에 부피 80~100mL 정도다. 췌장에 생긴 췌장암은 90% 이상이 소화 효소를 만드는 외분비세포에서 발생한다(선암). 이 밖에 내분비 종양 및 낭종성 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은 전체 암의 3.4%를 차지해 발생 8위 암에 올랐다(중앙암등록본부, 2022년 기준).


췌장암은 나이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며, 60대(28.9%)~70대(31.9%)에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5배 많다. 2017~2021년 진단된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5.9%로 1993~1995년 10.6%보다 5.3%포인트 높아졌지만 다른 암의 향상 정도(29.2%)보다 훨씬 낮다. 특히 수술 후 재발 확률이 70%가 넘고, 재발 환자 중 50% 정도는 2년 내 다시 발병한다.

췌장암 발병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다양한 환경·유전 요인이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로는 흡연력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발병 위험이 2~5배 높다. 흡연량(하루에 피운 담배 수×담배 피운 연수)과도 관계있다.

이 밖에 당뇨병(발병 원인이자 결과일 수 있음)·비만·만성 췌장염이 발병에 관련 있다. 과음하면 급·만성 췌장염이 생겨 췌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육류·탄수화물 과다 섭취, 과다 열량, 비만, 화학물질(각종 용매제·휘발유와 관련 물질·살충제(DDT)·벤지딘·베타 타나프릴아민·석탄 발생 가스·방사선 노출 등)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채소류·비타민 등은 암 발생을 낮춘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유전성 췌장암(가족성 췌장암·가족 2명 이상 췌장암 진단받은 경우)이 전체 췌장암의 5~10%를 차지한다. 유전성 췌장암이 2명 이상 발생하면 암 발병 위험이 18배까지 증가하고, 3명 이상 생기면 암 발병 위험은 57배까지 높아진다.

유전성 췌장암으로 가장 잘 알려진 유전자는 BRCA2 변이이며, 가족성 췌장염(PRSS1 유전자 변이), 포이츠-예거(Peutz-Jegher)증후군(STK11 유전자 변이), 린치증후군(MLH1 유전자 변이) 등이 알려져 있다.

또한 췌장 관선세포 DNA에서 돌연변이가 급속히 증식해도 암이 생길 수 있는데, K-ras·ATK2 등 종양 유전자와 p53·p16·DPC4 종양 억제 유전자 변이가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췌장암 의심 증상을 꼽자면.


췌장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70%)과 황달(50%)이다. 복통은 대개 복부 중간 위쪽(명치 부근)에서 나타나고 지속적으로 발생해 등 쪽으로 통증이 퍼지지만 이것만으로 췌장암 진단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복통·등통증·황달·체중 감소·식욕부진·소화불량·설사·40세 이상에게서 당뇨병 발병 혹은 기존 당뇨병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도 비특이적일 때가 많아 증상으로 조기 진단하긴 매우 어렵다.

황달은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발생했을 때 담관을 침범해 나타난다. 하지만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분에서 암이 생기면 크게 악화할 때까지 대개 아무 증상이 없기에 황달이 생기면 암이 많이 퍼졌거나 수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췌장암 환자 중 수술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암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로 병변 크기, 주요 혈관(간동맥, 상장간막동맥, 간문맥, 상장간막정맥 등) 침범 정도를 확인한다.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로 원격 전이 여부도 확인한다. 내시경 및 내시경 초음파검사로 조직을 검사하고, 황달이 생기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담도 배액술(담도에 스텐트를 넣어 담즙이 원활히 흐르도록 만드는 수술)’을 한다.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발생했다면(췌장암의 75% 정도 해당) 머리 부분과 함께 십이지장·담관(담도)·담낭을 전반적으로 잘라내는 ‘췌십이지장절제술(휘플 수술)’을 시행한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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