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OTT 천하’ 스포츠 중계

2024-05-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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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스포츠팬들은 지상파 혹은 케이블 TV를 통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즐겨왔다. 스포츠 중계가 지상파에서 점차 케이블 TV로 옮겨가면서 스포츠팬들은 케이블 구독에 따른 금전적 부담을 떠안아야 했지만 일단 케이블만 갖고 있으면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경기들을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거의 모든 인기 스포츠 종목의 중계가 스트리밍 플랫폼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TV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OTT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거액의 돈을 쏟아 부으며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스포츠 중계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축구의 경우 애플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2년 전인 2022년 미 프로축구인 MLS 10년 중계권을 25억 달러에 따냈다. 기존 중계권 가격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엄청난 액수였다. 그런데 이 투자가 대박을 쳤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인 리오넬 메시가 MLS에 진출하면서 그의 경기를 보려는 팬들로 애플의 OTT인 애플TV플러스 가입자가 폭증한 것이다.


이 투자로 재미를 본 애플은 내년에 미국에서 세계 최고 명문클럽들이 벌이는 ‘FIFA 클럽 월드컵’의 글로벌 독점 중계권을 조만간 10억 달러에 성사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사 OTT 플랫폼 가입자를 전 세계적으로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OTT 플랫폼인 프라임 비디오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고 NBA 중계시장에 뛰어들었다. 뉴욕타임스 산하 스포츠 전문매체인 ‘디 애슬래틱’에 다르면 아마존 프라임은 이번 주 NBA와 초대형 중계권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계권은 ABC/ESPN과 TNT가 갖고 있으며 이들의 계약기간은 2024-25시즌까지이다. 이 매체들이 내고 있는 10년 중계권 액수는 총 230억 달러이다.

하지만 새 계약이 확정될 경우 아마존 프라임은 2025-26시즌부터 10년 간 NBA 경기 상당 부분을 중계하게 되며 기존의 ABC/ESPN은 플레이오프 파이널 중계권을 계속 갖게 되고 나머지 경기는 TNT 혹은 NBC가 중계할 수 있다. 10년 간 총 중계권 액수는 무려 7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프라임이 참전하면서 액수가 무려 3배 이상 뛴 것이다.

프라임은 이미 2022년부터 연간 10억 달러를 투자해 목요일 밤에 열리는 NFL경기를 중계해오고 있다. 이처럼 인기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거대 스트리밍 플랫폼들 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내 스포츠인 프로야구 중계권은 금년부터 OTT 서비스인 티빙이 가져갔다. 그러더니 지난주에는 영국 프로축구인 EPL의 한국 내 중계권이 역시 대형 스트리밍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 6년 총 4,200억원에 넘어갔다. 이제 인기 스포츠 중계의 ‘OTT 천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갈수록 채널과 시청자 층이 파편화되고 있는 TV 시장에서 스포츠는 시청률이 보장되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콘텐츠로 여겨진다. 또 스포츠는 골수팬들이 많은 만큼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도 아주 효율적이다. 그래서 초대형 플랫폼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스포츠를 별다른 금전적 부담 없이 시청해온 팬들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달가울 리 없다. 여러 스포츠를 두루 시청하려면 만만치 않은 돈을 매달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플레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때문에 스포츠 시청까지 줄여야한다면 팬들 입장에선 착잡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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