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원·달러 환율 1,400원
▶ 국제유가·개솔린 급등
▶소비자 물가 ‘고공행진’
중동발 전쟁위기 사태까지 겹치면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자 등 서민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면서 ‘중동발 전면전 공포’로 인해 이른바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미국 등 글로벌 경제 타격 우려가 심각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장중 한때 1,400원도 터치했는데 환율이 장중 1,400원대에 들어선 것은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에 최근 4거래일 동안만 40원 이상 급등하고 있다. 달러는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현재 원화 등 다른 통화에 대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연말까지 점진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과정 속에서 환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하는 3분기쯤으로 밀리고 금리인하 횟수가 2회로 제한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연말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벌어진 후 15일에도 국채 가격이 하락(채권 금리 상승)하고 주식도 하락하면서 ‘트리플 약세’가 벌어졌다. 뉴욕 증권시장에서도 나스닥이 1.79%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대폭 상승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05달러(0.06%) 하락한 배럴당 85.3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소폭 하락한 배럴당 90.02달러에 거래됐다.
당장 중동에서 전면전이 펼쳐지지는 않아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유가 상승세는 누그러졌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대이란 제재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유가 하락폭을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중동사태가 악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남가주 등 미국 개솔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운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LA 카운티 평균 레귤러 개솔린 가격은 5.39달러를 기록, 불과 한 달 전보다 44.2센트나 높은 수준이다. 오렌지카운티 개솔린 평균가도 5.35달러로 이 역시 한 달 전에 비해 43.8센트나 높다.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은 온스 당 2,400달러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레벨을 유지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CME)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일대비 23.00달러(0.97%) 급등한 온스당 2,406.00달러를 나타냈다.
금 가격은 지정학적 리스크 속 역대급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 가격이 올해 들어 15% 오른 만큼 랠리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정학적 우려 고조 시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최근 월가 은행 다수가 금 가격 목표가를 상향한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15일 연말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2,700달러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금값 상승세가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는 이날 중동 지역 긴장과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면서 2% 넘게 급락했다.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0.80포인트(2.28%) 하락한 2,609.63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 1월 17일(2.47%)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61포인트(2.30%) 내린 832.81로 마감했다.
이스라엘은 전시내각 회의에서 이란에 확실한 타격을 입히되 전면전으로 번지진 않도록 보복 수위를 조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전면전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발 유가 상승 우려와 이로 인한 물가 압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세계적인 고물가 추세가 꺾이지 않으면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 역시 예상보다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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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