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석구 똑닮은 아역·젊을 때 모습 그대로 등장한 송해, 딥페이크였다
▶ “2∼3년 안에 보편화될 것”…배우들 초상권, 일자리 위협 부작용 우려도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에 한쪽 얼굴을 살짝 구기는 특유의 표정까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속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로 등장한 아역 배우는 손석구를 쏙 빼닮아 단 몇 분 분량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손석구 배우의 아들인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똑같이 생긴 배우를 찾았냐'며 시청자들은 아역을 연기한 배우를 찾아 나섰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궁금증은 이창희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풀렸다. 작품 공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이 감독은 장난감(손석구 분) 형사의 과거 장면은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 딴 얼굴을 아역 배우에게 덧씌운 결과물이라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얘기한 분들도 있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4일(한국시간) 방송가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이 콘텐츠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살인자ㅇ난감'은 장난감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의의 과거 장면을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었다. 이탕의 숨은 조력자 노빈(김요한)의 과거 시절, 불법 촬영 피해자 최경아(임세주)의 성형 전 모습 등이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됐다.
딥페이크 기술은 '진짜 같은 가짜'를 구현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감독은 "중학생 역할을 하는 아역 배우와 성인 역할을 하는 배우가 얼굴이 다른데 서로 같은 사람이라고 우기는 것이 영화적 허용인데, 저는 영화적 허용을 싫어한다"며 "데뷔했을 때부터 이런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서 여러 번 시도하려고 했는데, 당시에는 CG 팀에서 기술이 안 된다고 거절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술이 보다 발전한 요즘 딥페이크 기술은 여러 드라마와 콘텐츠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도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했다. '국민 MC' 송해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다.
드라마는 조용필(지창욱)과 조삼달(신혜선)이 어린 시절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는 장면으로 막을 올렸다. 진행자 송해는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 등장해 주인공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
JTBC는 "1994년의 '전국노래자랑' 영상을 모아 AI를 학습시켰고, 각고의 노력을 거쳐 송해 선생님을 다시 무대 위에 세웠다"며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한 국민 MC로 남아 있는 그를 재현해 시청자들과 그 그리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일념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최근 쿠팡플레이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한 SNL 코리아 시즌5 예고편도 딥페이크로 보이는 CG 기술을 활용해 화제를 끌고 있다.
'소년시대로 회귀한 AI 크루'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은 SNL 크루 신동엽, 안영미, 이수지, 정이랑, 김원훈 등의 얼굴을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 속 장면에 합성했다. 신동엽은 온양 '찌질이' 병태로, 권혁수는 부여의 소피 마르소라 불리는 강선화로 만들어졌다.
영상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조회수 25만 6천만 회(23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분장인 줄 알았는데 딥페이크였구나', '합성인데 다들 왜 이렇게 잘 어울리냐', '안 눌러볼 수 없는 섬네일이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배우들의 출연료를 비롯한 제작비가 나날이 커지는 미디어 업계에서 딥페이크 배우를 활용하는 사례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제작사 PD는 "아직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는 비용이 보조출연자 인건비보다 더 비싸지만, 기술이 좀 더 발전해서 접근성이 좋아진다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의 아역 시절, 노년 시절뿐 아니라 위험한 액션 장면에서도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며 "대역 배우의 연기에 배우의 얼굴을 덧씌우면 몰입감도 높이고, 작품성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직 여러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딥페이크 기술의 활용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AI가 가상 배우들의 연기 장면을 만드는 데 쓰이는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기술을 훨씬 쉽고 저렴하게 만들어 배우가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배우들이 이를 이유로 들어 파업에 나서기도 했었다.
유명 배우 톰 행크스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제 누구나 AI,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 기술로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며 "내가 내일 버스에 치여 크게 다치더라도 내 연기는 계속될 수 있다"고 AI가 콘텐츠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바른AI연구센터장)는 "지금은 딥페이크 기술의 경제성이 떨어져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2∼3년 안에는 방송가에서도 보편화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여러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영상들은 '신기하다', '흥미롭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더 만연해지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거부감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