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개선되고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기 시작하자 공화당은 재빨리 바이든 대통령의 또 다른 약점으로 정치공세의 초점을 옮겨갔다. 이들이 물고 늘어진 바이든 행정부의 급소는 이민 정책이다. 사실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민 문제가 심각한 이슈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민정책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잘못된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권자들과 정치 전략가들은 세계 각지에서 이민자들을 끌어오는 미국의 능력을 ‘저주’인 양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저주는 축복이 된다.
우선 몇 가지 수치부터 살펴보자. 비정파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주 개정된 ‘10개년 경제 및 예산 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업데이트된 보고서는 1년 전에 비해 장기 경제전망이 크게 개선됐음을 보여준다. CBO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케 한 핵심 이유로 이민을 꼽는다. 2022년부터 시작된 예기치 못했던 이민 증가세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을 보고서에 반영한 결과 경제전망이 밝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들 이민자들 가운데 취업연령대에 속한 젊은이들의 비중이 유달리 높기 때문에 나이든 미국인들의 은퇴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상쇄하고도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인구 증가는 당연히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필 스와젤 CBO 국장은 “이민증가에 따른 노동력 변화로 2023년부터 203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7조 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며, 세수 역시 이민자 유입 이전의 전망치보다 1조 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이민자들의 ‘깜짝 증가’가 경제 전반과 연방 국고에 수조 달러의 횡재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최근의 외국태생 근로자 유입이 가져온 혜택을 조명한 옵저버는 CBO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2021년 필자가 지적했듯,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봉쇄와 뒤이은 이민 담당기관들의 업무적체가 불러온 이민 ‘실종’은 미국이 처한 일손부족과 공급망 문제를 악화시켰다. 그러나 그 이후 취업허가 승인을 비롯한 연방정부의 이민관련 업무처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연방준비제도 관리들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 인구가 정상수준을 회복하자 일자리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고 헝클어진 공급망도 빠르게 제자리를 잡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CBS뉴스의 ‘60 미니츠’에 출연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민은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하고 “솔직히 지난해 노동시장의 수급균형이 개선된 가장 큰 이유는 이민이 팬데믹 시절 이전의 보편적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로 의욕에 불타는 ‘준비된 노동인력’은 경제적 이익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이민자들은 창업률은 물론 과학, 연구 및 혁신 부분에서 토박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기여도를 보인다. 또한 세계 곳곳의 핍박받는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인도주의 및 종교적 차원의 논의에서 미국의 입지를 넓혀준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이민 흐름의 부실한 관리 탓에 미국 경제에 가해지는 단기적 스트레스를 줄이지 못한다. 미국 남서부 국경의 혼란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버스에 실려 뉴욕과 시카고 등 대도시로 보내진 망명신청자들의 경우에서 보듯 이민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엄연히 실재한다. 이런 식의 인구 유입을 제대로 관리하고, 망명신청자들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본국으로 신속하게 송환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없는 탓에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그러나 숱한 격랑을 헤쳐온 에너지와 재능을 한데 모아 너덜거리는 이민 제도를 수선할 방법이 있다. 거기에 필요한 도구 중 일부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합의로 마련된 상원 국경강화안에 담겨있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는커녕 공화당 의원들은 이민을 ‘침략’으로 매도하면서 외국태생인 이민자들에게 겁을 집어먹게끔 대중의 두려움을 유도했다.
지난주 마이크 콜린스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제 3세계를 수입하면, 제 3세계가 된다”며 ‘개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개 호루라기(dog whistle)는 자신들의 극단적인 입장이 모두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특정그룹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뜻한다.
하지만 어쩌랴, 미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만들려 애쓰는 집단은 이민자들이 아니라 콜린스의 소속정당이다. 법치를 훼손하는 집단도 공화당이고, 독재자 지망생의 귀환을 지지하는 세력도 공화당이다. 공교육과 건강관리 시스템의 속을 파내 껍데기만 남겨놓은 장본인도 공화당이고, 수질 표준과 기타 환경관련 룰을 폐기하고 아동노동 착취금지법을 완화한 정당 역시 공화당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인과 미국 경제는 최근 들어 공화당 정치인들이 자초한 -‘제 3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불안정성으로부터 대체로 자유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근면한 이민자들을 끌어올 수 있었다. 보수주의 운동의 선봉장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종종 이같은 현상에 관한 ‘사이다 발언’을 내놓았다. 임기 말년에 행한 연설에서 그는 이민자들이 미국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기여한 공로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묘사했다.
“기회의 나라로 연이어 밀려오는 이민 물결 덕분에 우리는 영원히 젊은 나라, 항상 에너지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나라, 늘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나라, 그리고 세계를 다음번 변경으로 이끄는 나라로 남아있다. 새로운 미국인들을 위한 이민 문호를 닫아버린다면 우리는 세계를 이끄는 지도력을 상실할 것이다.”
레이건의 발언은 시적인 이민 찬가에 해당한다. 그 이후에 나온 산문, 특히 우리가 살펴보았던 경제수치 또한 레이건의 이민찬가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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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