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징병제

2024-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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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거의 2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전사자는 얼마나 발생했을까. 정확한 수치는 알 수가 없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가 기밀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그러니 단지 추정치만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 전사자는 23만 명에 이를 수 있다.’ 뉴스위크지의 보도다. 무엇을 근거로 이 같은 보도를 했을까.

뉴스위크는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탐사전문매체 ‘뵤르스트카’를 인용, 러시아 당국이 23만 장의 전몰 군인 유족 증명서를 조용히 주문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 참전 러시아 군인 손실 규모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아시아타임스지는 우크라이나 군 전사자 수는 15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해 보도했다.

23만 전사자, 15만 전사자. 이 수치들은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가.

전투에서 전사자 1명 당 부상자 자는 수는 적게 잡아 2명, 많으면 4명 정도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15만의 전사자가 났을 경우 부상자수는 최소 30만, 40만 이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군사적으로 ‘전멸’이란 의미는 통상 부대원의 20% 정도를 상실해 전투 속행 불가능 상태를 맞았을 때를 말한다. 러시아군이 입었다는 23만의 전사자. 이는 뒤집어 말하면 부상자수 까지 합쳐 거의 100만에 이르는 군부대가 전멸상황을 맞았다는 이야기다.

한국군의 총병력은 60만이 채 안 된다. 이는 그러니까 다른 말이 아니다. 러시아는 전쟁 시작 2년도 못돼 한국군 두 배 규모의 병력손실을 입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에서 목도된 이 같은 엄청난 병력손실은 상비군 수래야 10만이 넘기 어려운 유럽 각국들에게 말 그대로 쇼크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다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가자 전쟁은 홍해로, 시리아로, 레바논으로 속속 확산되어 가고 있다. 거기에다가 대만총통 선거후 동아시아지역에서도 또 한 차례 전쟁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라시아대륙을 둘러싼 국가들은 저마다 군비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저마다 그동안의 자원입대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주목되고 있는 것은 영국에서의 움직임이다.

지난해 말 패트릭 샌더스 육군 참모총장이 군 병력 부족 문제와 관련, 시민군 훈련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그랜트 샙스 국방장관도 지금은 ‘프리 워(Pre war)’ 시대라고 규정하고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과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위험이 커지는 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징병제 부활론이다.

영국뿐이 아니다. 과거 군사강국으로 냉전종식 후 징병제를 폐지했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는 물론이고 네덜란드, 폴란드 등에서도 징병제 재도입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중 61%가 징병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병제를 재도입해라’- 이는 미국에서도 들려오고 있는 소리다.

미국이 징병제를 폐지하고 100% 모병제로 전환한 지 올해로 51주년이 된다. 문제는 군 입대 지원자가 해가 갈수록 줄고 있어 병력충원 프로그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황에서 징병제 부활의 목소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대만에서 사변이 날 경우 미국은 유럽, 중동에 이어 3개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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