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야’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악어 사냥에는 성공했지만, 모든 관객의 마음 사냥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흔히 아는 마동석의 액션을 내세웠고, 또 한 번 '마동석이 장르'인 영화가 탄생했지만, 그 외의 장점은 발견하지 못한 '황야'다.
넷플릭스 영화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대지진 3년 후, 남산(마동석 분)과 지완(이준영 분)은 물불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냥하며 부족한 물과 식량을 얻어낸다. 세상은 그야말로 황폐화 됐고, 절망 속 먼지만이 흩날리지만, 마을 사람들은 나름의 규칙을 지키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수나(노정의 분) 또한 할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와중, 봉사단이라 자칭하는 인물들이 깨끗한 물과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며 수나를 데려간다. 수나를 가족처럼 아끼던 남산과 지완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보내주지만, 우연히 수나를 데려간 이들과 그들을 이끄는 의사 양기수(이희준 분)의 정체를 알게 된다. 이에 두 사람은 수나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마동석은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을 정도로, 존재 자체가 장르인 독보적인 배우다. '황야'에서 볼 수 있는 것 또한 우리가 예상했던,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마동석이다. 마동석은 어김없이 약자의 편에 서서 빌런을 화끈하게 물리치고, 우리는 그 '쾌감'을 오롯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존재 자체로 든든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로 심각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남산의 존재는 '황야'의 정체성이다.
시작부터 '마체테'를 휘두르며 악어를 사냥하는가 하면, 복싱을 기반으로 한 맨손부터 총기 액션까지 더욱 진화된 마동석 표 액션이 펼쳐진다. 물론 마동석의 액션 그 자체만으로 보는 맛이 있고, 아는 맛이 더 맛있다. 그러나 액션에도 서사가 담겼을 때 더욱 큰 쾌감이 느껴지는 법. 그런 의미에서 '황야'의 이야기는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 남산과 지완이 수나를 구하러 가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인물들의 서사나 관계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에 격렬한 액션에도 깊게 몰입되지 않는다. 빌런들과의 갈등 구조와 해결 방법까지 뻔하다.
그러나 '황야'는 시작부터 완벽한 영화가 될 생각은 없었던 듯 보인다. 마동석은 '황야'의 서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며 "그냥 게임 같이 봐줬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액션만 나오는 영화보다는 스토리에 액션이 가미된 영화를 좋아하긴 한다. 근데 이렇게 액션만 강조된 영화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각 인물들의 과거사부터 연결 고리까지 더 디테일한 내용이 있었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보니까 영화가 세 시간이 넘어갈 것 같더라. 고민 끝에 불친절하더라도 액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생략하고 많이 쳐냈다"며 "관계 설정이 더 짙을수록 더 기시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마동석의 전략이 통했던 것일까. '황야'는 공개 이후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에서 2위를 등극하며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마동석이 곧 장르'인 영화의 확장일지, 혹은 한계일지 이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의 몫으로 보인다.
<스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