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옥토제나리언’ 단어를 생각하며

2024-01-27 (토) 이영묵 /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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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제나리언(Octogenarian)이라는 단어를 단지 사전적 의미로 보면 나이 80부터 89세까지 80대의 노인들을 총칭하여 부르는 뜻이다. 그러나 함축하는 의미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달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음의 자세가 사소한 사물이나 일에 얽매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나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2024년 새로운 달력을 보니 나도 이미 옥토제나리언의 세대가 된 지 3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나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모든 것을 품고 살았는지 되돌아보니 부끄럽지만 아직도 이곳저곳 집착을 하고 사는 것 같다. 노욕이라고 해야 하나?

나같은 범인은 크게 욕심을 낼 것도 없는 사람이니 새해를 맞이하여 이제부터는 그렇게 여유 있게 살면 되지 않겠느냐 할만도 하지만 내년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아마도 옥토제나리언의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2년 후에 옥토제나리언이 되는 트럼프가 대결을 할 것 같아 80대 노인들 욕심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젊은 세대를 기다리는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젊음을 기다리는 흐름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한국은 이제 60세의 이재명이 아니라 40대의 한동훈이란 사람이 나타나자마자 5/6/7십대 나이는 가고 3/4/5십대 나이가 한국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그가 정치판에 나서겠다고 하니 차기 대통령 후보 당선 가능성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957년 생각이 난다. 그해 소련에서 스푸트니크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서 전 세계가 놀랐었다. 크게 놀란 당시 40대의 케네디 대통령이 서부개척 정신으로 우리도 도전의 정신무장을 해야겠다고 소위 뉴 프론티어 정신을 외쳤다.

이것을 머리 회전이 빠른 한국의 김영삼 당시 국회의원이 소위 40대 기수론이란 단어를 만들며 이를 내걸었다.

이제 한국에서 다시 40대 기수론이 대두하고 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나이 먹은 사람이랄까, 구세대 사람 특히 정치인들이랄까, 이들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으니 그럴 만하다고 수긍이 간다. 그러나 한동훈 그가 한마디 한 말이 마음에 남는다.

야구에서 9회말 2아웃에서 선 타자가 지금 2 스트라이크 3볼이다. 이제 투수가 공을 던지면 무조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그 방망이가 안타를 친다는 보장은 없다. 젊은 세대, 어쩌면 마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니 내 비록 밀려나는 세대도 훨씬 지난 세대의 나이지만 그래도 한마디는 하고 싶다. 까만 머리의 도전이 필수적이라 하겠으나 흰머리의 경험의 지혜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방망이를 휘두르라고 말이다.

<이영묵 /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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