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보드 차트 최장기 정상·타임 ‘올해의 인물’
▶ 세대초월한 음악과 진정성이 열풍 이끌어…연구대상 되기도
지난 11일 LA에서 열린 ‘디 에라스 투어’ 시사회에 참석한 테일러 스위프트 [로이터=사진제공]
한 해 수익 2조4천억원, 빌보드 차트 최장기 정상, 타임 '올해의 인물'….
지난해 전 세계 가요계를 휩쓸며 '스위프트 열풍'을 일으킨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뤄낸 업적들이다.
스위프트는 가요계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학계 연구 대상으로까지 떠오르며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 콘서트 등으로 2조4천억원 수익…글로벌 차트 압도
3일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작년 한 해 음반과 저작권료, 콘서트, 굿즈 등으로 약 18억2천만달러(약 2조4천억원)를 벌어들였다.
특히 작년 진행된 스위프트의 순회공연 '에라스 투어'는 매출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 고지에 올라서 60회 공연 만에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에라스 투어' 영상은 극장 개봉 단 열흘 만에 전 세계에서 1억6천만달러(약 2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글로벌 주요 차트에서도 스위프트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위프트의 앨범 '1989'(테일러스 버전)는 지난 1일(현지시간)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에서 5번째 1위를 기록해 총 68주동안 이 차트 정상을 기록했다.
이는 앨비스 프레슬리가 1956년부터 2002년까지 10개 앨범으로 기록한 기존 솔로 가수 최장 기록인 67주를 넘어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위프트는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노래' 부문에 7차례 후보로 올랐고, 작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스위프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2023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며 연예계 인물 최초로 단독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 컨트리에서 팝까지…세대 초월하는 음악과 진정성
스위프트 열풍의 배경에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스타일과 음악 산업에 대한 진정성이 깔려 있다.
스위프트는 2006년 컨트리 음악으로 데뷔한 이래 2010년과 2016년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 상을 받으며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갔다.
특히 2012년 정규 4집 '레드'(Red)로 컨트리와 팝의 황금 비율을 완성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세대를 초월하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스위프트는 또한 10대부터 활동해온 싱어송라이터로서 열애사와 가정사를 비롯한 개인적인 얘기들을 음악에 가감 없이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을 지적한 '더 맨'(The Man), 톱스타로서의 부담감을 풀어낸 '안티-히어로'(anti-hero)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진솔한 노랫말이 그의 음악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확장시키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프트는 음악 산업의 고질병을 해소하는 데에도 그만의 족적을 남겼다. 애플, 스포티파이 등과 갈등을 빚어가며 저작권 문제 개선에 앞장선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5년 저작권료 지급 문제로 애플에 항의해 항복을 받아냈고,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 배분 문제를 놓고 스포티파이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토네이도로 피해를 본 미국 테네시 지역사회에 100만달러(약 13억원)의 통 큰 기부를 실천하는 등 사회공헌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스위프트는 음악 산업에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라며 "진정성 있는 음악과 삶의 태도가 스위프트 열풍을 가능케 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 "고전적 슈퍼스타의 재등장"…연구 대상 된 스위프트
스위프트의 이러한 인기는 사회적, 경제적, 학문적으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스위프트의 영향력을 두고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라는 별명을 붙였다.
실제 지난해 '에라스 투어'가 열린 지역은 호텔 가격이 뛰고 관광 수입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등 스위프트의 공연만으로 엄청난 경제 효과를 누렸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작년 7월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스위프트의 공연 영향으로 필라델피아 여행·관광업이 호조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전례 없는 열풍에 학계에서는 스위프트를 연구 대상으로 삼을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 대학은 올해 2월 스위프트의 이름을 딴 학술대회 '스위프트포지엄'을 연다.
미국 명문 하버드대는 올해 봄 학기부터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녀의 세계' 강의를 신설해 스위프트의 음악 세계를 살펴볼 예정이다. 플로리다대와 뉴욕대도 스위프트에 대한 강의를 개설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에는 아무리 유명한 팝스타여도 미디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스위프트 열풍은 자주성, 자결성 있는 팝스타의 새로운 성공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각기 다른 취향 속에 분열된 음악 시장에서 스위프트는 고전적 의미의 슈퍼스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음악 산업에 있어 하나의 거대한 구심점이자 본보기"라고 말했다.
◇ 국내선 2011년 공연이 마지막…공연 실황 영상 인기
스위프트와 국내 팬들의 만남은 지난 2011년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월드 투어 소식이 알려지며 한국 팬들은 내한을 기대했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만 공연을 열었다.
대신 한국 팬들은 스위프트의 공연 실황 영상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로 아쉬움을 달랬다.
'디 에라스 투어' 개봉 당시 CGV 용산아이파크몰 상영관은 600여석의 자리가 꽉 들어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민재 평론가는 "2011년 내한 때는 KSPO돔(1만5천석)이 절반도 안 찰 정도였지만 지금은 주경기장(5만석) 정도는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