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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그친 곳에 지혜 행복 터전”

2023-12-28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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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신년법어 발표

“번뇌 그친 곳에 지혜 행복 터전”
불기 2567년 올해가 종착역에 거의 당도했다. 사흘 남짓 지나면 서기 2024년 새해다. 일 없어도 바쁜 듯 만남 없어도 설렌 듯 들뜨기 쉬운 즈음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사진)는 22일 사부대중이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를 다잡고 불제자의 본분사에 충실하도록 독려하는 신년법어를 내렸다.

재작년 12월 종정추대 수락법어, 작년 3월 종정 취임법어, 이후 여름안거와 겨울안거 전후의 법어 때마다 “죽을 각오로” “고양이가 쥐를 잡듯”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같은 비장하고 강렬한 수사를 동원해 흔들림없는 용맹정진을 강조했던 성파 대종사는 지난 22일 일찌감치 발표한 2024 갑진년 신년법어에서는 무엇을 위해 용맹정진을 하는지 알고 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데 도입부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영각(影閣) 앞 자장매(慈藏梅)가 잎을 떨구고 겨울을 지내는 것은 향긋한 봄소식을 전하기 위함이며, 금강계단 앞을 흐르는 계곡물은 산중의 소식을 세간에 전함이로다.


대중이 모여서 삼동결제를 하고 이사(理事)가 화합하며 정진하는 일은 출격장부를 배출하여 화택(火宅)의 뜨거운 불길을 식혀주며, 갈증으로 신음하는 중생들에게 감로(甘露)를 베풀기 위함이니라…”

깨달음은 자비로 완성된다는 경구, 위로 보리를 추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한다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보살수행의 궁극적 목표인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재삼재사 강조하는 내용이다.

대종사는 이어 “본래 청정한 마음으로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면 예토가 바로 정토요, 모두에게 구족한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 드러나니 질병은 저절로 소멸되며, 위기는 기회가 되도다”라며 “대립과 갈등이 자타(自他)가 본래 한 몸임을 자각하면 세상 모두가 참으로 소중한 인연임을 알게 되었도다”라고 선언조로 강조한 뒤 “번뇌 그친 곳에 한계를 극복하는 지혜가 현전(現前)하고, 모든 이들이 행복할 터전이 마련되도다"라고 설파했다.

젊은 시절 스승 경봉 스님의 물음에 한시로 답해 ‘능문능시(能文能詩, 한문문장과 한시가 능수능란함)라는 칭찬을 받았다는 성파 대종사는 이번 신년법어도 “고요하기에 모든 움직임을 이해하고(정고료군동/靜故了群動), 공하기에 모든 경계를 포용한다(공고납만경/空故納萬境)는 한시게송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은 신년 법어에서 "수행에 힘써 무량공덕의 보배 탑을 쌓으며 성불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자"고 밝혔다. 스님은 "고통받고 슬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작은 선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그 순간, 거룩한 부처님의 미소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태고종 진각종 등 여타종단 지도자들의 신년법어 및 신년사는 해당종단 홈피에서 확인하면 된다.

◇불기 2568년(서기 2024년) 주요 불교명절 ▷1월 18일 (음 12.8) 성도재일 ▷2월 24일 (음 1.15) 동안거 해제일 ▷3월 17일 (음 2.8) 출가재일 ▷3월 24일 (음 2.15) 열반재일 ▷5월 15일 (음 4. 부처님 오신날 ▷5월 22일 (음 4.15) 하안거 결제일 ▷8월 18일 (음 6.15) 백중 우란분절, 하안거 해제일 ▷11월 15일 (음 10.15) 동안거 결제일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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