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혜원변호사의 H법정스토리

2023-12-22 (금) 신혜원 변호사
크게 작게

▶ 할러데이 로맨스

한국에서 꽤나 인기가 많았던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남편들이 바람 피우는 얘기인 듯하나, 이혼전문변호사의 관점에서 볼 때, 부부관계가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요인들을 꽤 현실적으로 표현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 중 한 부부의 얘기입니다. 남편은 교수이고 부인은 방송 작가입니다. 첫 사랑과 결혼하여,20년이 넘도록, 남들 보기에 그야말로 화목한 가정을 꾸려왔습니다. 남편이 교수가 되기까지, 부인은 죽어라 일하면서 남편 학비 조달에, 자식들 챙기며,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왔습니다.

남편도, 그런 부인에게 늘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면서, 자상한 남편, 아빠로서의 역할을 충실히해왔습니다. 그런 남편이 어느 날, 제2의 자기 인생을 살고 싶다고, 폭탄 선언을 하고 떠났습니다. 정말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이라, 부인은 믿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가운데, 직장 동료들이 남편의 여자 관계를 의심하며 부부간 ‘잠자리’에 대해 캐묻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보니, 매일 한 침대에서 잠들기 바빴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부인이 그제서야 아차 싶어 뒤돌아보니, 남편이 깜짝 이벤트로 부인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러브 모텔로 데려간 날이 떠오릅니다. 모텔 앞 주차장에서, 부인은 질색팔색을 하며, 교수가 남 부끄럽지도 않냐며, 당장 가자고 난리를 부립니다. 이에, 남편이, 아니 남도 아니고 부부인데, 둘이서 분위기도 바꿔보고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애원을 했지만, 결국 부인을 이기지 못하고 차를 돌립니다.
자, 극 중 이 부부의 모습이 드라마 픽션으로만 생각되시는지요? 이 부부의 얘기가 제가 늘 접하는 이혼 상담 부부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일상 얘기입니다. 이혼 시, 별거 날짜를 책정하기 위한 질문의 하나로, 부부간에 언제가 ‘마지막 잠자리’였느냐? 물으면, 대부분, 최근 몇 년은 기본이고, 5년, 10년, 그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분들도 꽤나 많습니다.

극 중 교수 작가 부부의 경우, 과연 이 부부의 결혼 생활 파경이 100% 남편에게만 책임이 있을까요? 교수 남편의 경우, 그는 상습적인 바람둥이도 아니었고, 가정에 불성실하지도 않았습니다. 혹시, 부인의 가족을 위한 헌신, 희생 속에서, 남편과 아내 둘 만의 관계,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방치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남편이 깜짝 이벤트로 둘 만의 시간을, 새로운 분위기, 관계의 변화를 원했을 때, 부인은 진정으로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을까요? 늘 파스 냄새 풍기며 허드레 옷만 입고, 여자이기를 포기한, 아니 여자임을 잊고 사는 여자, 너무 남편을 지나치게 믿은 것은 아닐까요?


이 지면을 통해, 부부간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를 이해라는 이름으로 덮어주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남자가 어떻게 죽을 때까지 한 여자만 사랑하다 죽을 수 있냐고? 내가 예수님도, 부처님도 아닌데’라는 교수 남편의 나약한 절규, 결코 연속극 속 남 얘기만은 아닙니다. 요즘, 연말연시에 부부 동반 각종 모임이 많습니다. 이 때에, 절약, 검소는 잠시 내려놓으시고, 평소보다 더 이쁘게, 멋있게, 섹시하게 꾸미셔서, 자기 옆지기가 자꾸 다른 사람한테 눈 돌아가지 않게 자기 자신에게 먼저 신경 좀 쓰시고요. 모임이 끝난 이후에, 바로 집으로 가지 마시고, ‘오늘당신 근사한데, 모처럼 우리끼리 기분 좀 더 내고 들어갈까?’ 센스 있는 한 마디 잊지 마시고요.

여기에 ‘이 나이에 기분은 무신 기분, 피곤한데 어여 어여 가자구’라고 ‘초치지’ 마시고요.
213-385-3773

<신혜원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