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올해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상에 새로움보다는 반복이 많아지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이제는 연말이 다가오면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에 놀라움은 물론 두려움까지 느끼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매년 죽음에 직면한다. 한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매년 8,000명 이상의 한인이 사망한다. 전국적으로 한인 인구가 늘며 한인 사망자 수 역시 전보다 늘었다.
사망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암이다. 지난 2022년 기준 한인 1,989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한인이 1,350명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이어 뇌혈관질환(뇌졸중) 505명, 알츠하이머 392명, 단순 사고사 373명, 코로나19 373명, 당뇨 289명, 자살 235명, 고혈압 및 고혈압성 신장질환 187명, 만성하부호흡기질환 155명 등이 10대 한인 사망원인으로 꼽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인 사망은 더 많아졌다. 한인 사망원인 ‘부동의 1위’ 암은 팬데믹 전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8년 1,772명, 2019년 1,805명, 2020년 1,845명, 2021년 1,908명, 2022년 1,989명 등으로 매년 더 많아지고 있다.
2위 심장질환 역시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여왔는데, 2018년 1,122명, 2019년 1,129명, 2020년 1,325명, 2021년 1,242명, 2022년 1,350명 등으로 집계됐다. 단순 사고사도 373명이나 된다.
올해도 많은 사건사고로 인한 한인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외조모가 큰 수술을 받고 병상에 계시다.
삶은 소중하지만 우리는 모두 죽음 앞에서 무력해진다. 언제 어떻게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루 아침에 돌연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가 살아있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간절했던 내일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우리는 바쁜 일상으로 인해, 그간 큰 사고없이 무탈해왔던 삶으로 인해 이를 잊고 산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 온다. 올해 연말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특별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돈을 쓰라는 말도, 대단한 여행을 계획하라는 말도 아니다.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챙기고, 하지 못했던 의미있는 행동을 실천에 옮기고, 하지 못했던 따뜻한 말을 전하고, 잊고 지냈던 특별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권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오늘의 소중함과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연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인들의 자살 소식이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내 지인들의 안녕을 챙기는 것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말이 되면 들뜬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남과의 비교, 과거의 경험, 특별한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연말이 달갑지 않고 우울감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감정을 얘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기분이 나아지는 데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물어보기, 당신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가르치려하지 않고 어떤 판단 없이 경청하기, 달라진 행동을 항상 주시하고 정기적으로 계속 확인하기,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침착함을 유지하기, 솔직하게 마음을 열어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기, 그렇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격려하고 경청하기 등을 조언한다.
또한 전문가에 도움을 청하도록 격려하고 연락할 때 같이 있어줄 수 있다고 제안하기, 희망적이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자살이나 실패와 같은 부정적 단어 사용에 주의하기 등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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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