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시대 온라인포교 주력 진월 스님의 추수감사절 특별기고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북가주 여러 한인사찰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나 해당사찰 개원일 같은 특별한 행사일은 물론이고 이레마다 돌아오는 일요 정기법회일에도 도우미당번을 정해놓고 신도들의 주차편의 등을 도왔다. 근년에는 다르다. 정기법회가 봉행되는 일요일은 물론이고 석탄일 같은 큰명절에도 주차/안내도우미들을 구경하기 힘들다. 신도들이 확 줄어든 탓이다. 올해 5월 며칠 차이를 두고 봉행된 길로이 대승사와 산호세 정원사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가한 신도들은 각각 약 30명, 지난 10월 여래사 개원43주년 기념법회 참가자도 약 30명(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참가자는 약 50명)이었다. 10여년 전에 비하면 대체로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한 보살은 “일요일 정기법회에도 이 정도는 모여야 되는데 열댓명 스무명도 안된다”며 “7,80명 8,90명이 모여 법당 복도 주방 할것없이 빼곡히 들어찼던 게 전생인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부처님도량 불제자감소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도감소는 해당사찰의 재정악화로 직결된다. 명승지 사찰의 주수입원이었던 공원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사찰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옹색해졌다고 한다. 북가주의 한 스님에 따르면 설악산 신흥사 같은 몇군데 빼고는 해남 두륜산 대흥사나 보은 속리산 법주사 같은 유명사찰들도 형편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더이상 유지할 수 없어 버려진 도량들이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수억원 십수억원을 들여 단장해놓고 빈 집이 돼버린 전국 곳곳 사찰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수시로 업로드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 탈종교화, 경기불황, 코비드19 팬데믹 등 3중고로 인한 불가피한 혹은 숙명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의견이 제기되곤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비대면시대 맞춤형 온라인포교에 주력해 첩첩산중 선방에서 세계각지 수천명과 소통하는 등 새활로를 찾은 스님도 있다.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진월 스님도 그렇다. 어려움 속에서도 활발한 온라인포교와 국제불교활동(사진)을 펼쳐온 경험담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하자 때마침 추수감사절 얘기를 곁들여 비교적 상세한 답글<원제 ‘고성에서의 감사절(Thanksgiving Season)’>을 보내왔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편집자>
해피 땡스기빙! 이 지역 최대명절의 하나인 감사절(11월 넷째목요일)에 즈음하여 느껴지는 바의 한 꼭지를 나누고 싶다. 한국 달력은 어제가 ‘소설’ 즉, 초겨울 눈이 오기 시작하는 때임을 가리켜 주고 있는데, 그쪽에서는 이미 전주에 첫눈이 내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쪽도 시에라산맥이나 레익타호 등지익 높은 곳에는 월초부터 눈이 많이 내렸으나, 낮은 베이지역은 눈 대신 비가 오기 시작했다.
원래 ‘땡스기빙’ 풍속은 17세기 유럽으로부터의 망명객들이 이쪽으로 이주해 오면서, 현지 토착인(어메리칸인디안)들의 농사 도움으로 목숨을 보존하게 되었기로 그들과 신에게 ‘추수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무렵에 미국인들은 고향을 방문하며 가족 친지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사회적 관행으로 보인다.
산승은 리버모아 산위의 고성 아란야에서 홀로 지내고 있으므로, 물리적으로는 대중과 어울려 명절을 지내지 못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하여 지구촌에 걸쳐 있는 얼벗들과 연결 소통하며 애환을 공유하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그 인연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감사절을 되새기고자 한다. 우선 자연의 법칙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인류생활에 적용해온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감사한다. 이글을 쓰는데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를 비롯하여, 이글을 독자들과 연결할 수 있도록 전송할 수 있는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 시설에 감사한다. 문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는 휴대용기기 이용과 시중의 일반 전선이 미치지 못하여 솔라시스템(태양광판과 축전지)을 설치하고 유선방송망이 연결되지 않아서 새틀라잇디쉬(위성전파수신접시)로 인터넷과 접속하게 되었음을 가리킨다. 아울러,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 시스템에도 감사한다.
산승은 요즈음 보편화된 에스엔에스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하여 지구촌에 퍼져있는 약 5천명의 벗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어 다행이다. 덤으로는 지인의 도움으로 웹사이트/홈페이지(누리집)과 블로그도 연결되어 있다. 이 모든 문명의 혜택들이 다양한 방면에 걸쳐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도움으로 누릴 수 있음을 되새기며, 이즈음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대승불교 수행의 요목인 ‘육바라밀 (여섯가지 지혜를 완성하는 길: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가운데 보시(베푸는 일)가 으뜸으로 꼽힌다. 불교인들에게 보시는 크게 재시(재물이나 돈 등 물건을 줌), 법시(붓다의 가르침 등 진리를 가르쳐 줌), 무외시(두려워하는 이를 편안하게 해줌)로 가름해 보기도 하는데, 법시와 무외시를 재시보다 더 고귀하게 여긴다.
산승은 여건 형편상 법시에 집중하는 편이다. 법시의 한 방편으로 인터넷을 통하여 법구 등 불교 전법을 생활화하고 있다. 몸은 비록 외진 곳에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대중과 더불어 있는 셈이다. 현대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문명의 이기를 통한 소통과 포교의 기회를 누릴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해 마지않는다. 독자 여러분들도 인터넷이나 전화 또는 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인들과 귀한 인연들을 되새기며 합당한 감사를 나누면서 이 좋은 시절을 뜻깊게 누리시기를 바란다. 감사하는 마음에 축복이 있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