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11월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달력은 다음주에 입동절 즉 겨울문턱을 넘어서는 시절을 알려줍니다. 이곳에서는 3주뒤에 추수감사절(Thanks Giving)을 맞으며 한해의 살림살이를 갈무리하며 가족 친지들과 함께 천지신명께 감사를 드리는 계기를 가질 줄 압니다. 이달 하순에는 한국의 전통수행사찰에서 겨울 석 달 동안의 참선수행에 집중하는 동안거 결제를 시작하리라 내다봅니다. 아무튼, 천지의 운행 및 계절의 순환에 따라, 합당히 겨울 살림을 준비하며 우리 인생도 보다 발전하고 성숙되리라 짐작합니다. 비슷한 북반구 위도이지만 겨울 동안, 한국에서는 눈을 기대하겠고 이곳 베이지역에서는 비가 내리겠으므로 그에 대한 준비도 안전하게 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닷새 뒤에는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하나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21기 샌프란시스코지역협의회가 공식 출범식을 갖는 줄 압니다. 산승도 고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그 위원으로 동참하고 있는데,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그 책임과 사명이 막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명실상부” 즉 이름에 걸맞게 실제로 부합하는 바, 그 취지에 합당한 역할을 하며 목적 달성에 이바지하고 있는지 성찰해 봅니다. 만약 제 노릇을 잘못한다면 기대하고 바라보는 분들에게 불신과 실망을 주거나 악영향을 끼치게 됨에 주목합니다. 차제에 소명수행을 다짐하며, 그 본분을 생각해 봅니다. 우선 상식적으로 그 명칭을 새삼 되새겨보면, 이 기구가 지향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현재 분단되어 있는 [남북]고국의 통일이며, 그 방법은 평화적이어야 함을 가리킵니다. 나아가 통일된 우리민족국가는 민주방식제도여야 하며, 그 기구의 운영도 민주적이어야 함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위원들은 우선 그 목적을 사회적으로 바르게 홍보하고 인식시키며 솔선수범하면서 그 실현에 자발적 협조와 동참을 요청하여야 하겠지요. 만약 위원이나 당국자들이 비민주적이거나 반평화적이고 통일에 장애가 되는 태도나 언행을 보인다면, 이는 그 직분을 망각하고 역효과를 가져오는 사악한 처신일 줄 압니다. 이번에 구성된 협의회는 신규 인사 및 여성과 청년의 참여도 전보다 많고 체질개선과 다양성 향상이 도모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한겨레 동포들은 물론 타민족 이웃들을 포함하여 이 지역 주민들에게, 한반도 통일이 세상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바람직함을 공감할 수 있도록 위원들의 솔선수범적 역할과 활동을 기대하며, 그 출범을 축하해마지 않습니다.
보름 뒤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주일동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정상회의가 열린다고 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역내 수십 개 국가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그 기간에 근년 이른바 양강(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도 따로 회담을 가진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한때의 과거 세계사에서 아시아의 중국, 유럽의 로마, 아메리카의 미국으로 지구적 패권의 축이 옮겨왔는데, 어느덧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아시아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대세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줄 압니다만, 이제 미주와 아시아를 아우르는 태평양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이 반도의 위치에서,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을 모두 다 수용 소화하여 그 각각의 한계들을 초월하고 장점들을 융합 성숙시켜서 인류적으로 승화시키는 세계적 사명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군사력을 포함한 정치와 자산 및 금융 확보 등의 경제 등 물질적 힘 위주의 보통 강대국 범주를 넘어, 인륜 도덕과 사회관계 존중 및 신의를 바탕으로 하는 평화 문화적 특수 강소국으로서, 지구촌의 안정과 번영에 솔선수범하는 역할을 해야 할 줄 압니다. 근래의 한류가 하나의 좋은 조짐으로 보이며,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이념이 널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요즈음 아시아 중동지역과 유럽 동북지방을 포함하여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전쟁과 갈등이 고조되는 때에, 평화와 사랑의 아름다운 문화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여러 정상들의 훌륭한 협의와 성공이 있기를 바라며 기대해 봅니다. 좋은 11월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