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주 / 사진=스타뉴스
혹자는 '연예인 2세'라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후광으로 단정 짓기엔 가진 매력이 많다. 개그맨 고(故) 서세원, CF 모델 출신 방송인 서정희의 딸 서동주(40)는 요즘 '뇌섹녀', '프로 N잡러'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그는 현재 법률, 방송, 출판,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본캐'는 미국 변호사이자 마케팅 전문가이지만, 최근 들어 '부캐' 방송인으로서 활동이 더 바빠졌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나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매력과 솔직담백한 입담으로 방송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서동주는 추석을 맞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스타뉴스 독자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무탈하고 건강한 한가위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엄마랑 할머니랑 1~2시간만 있으면 싸우는 사람이라 할 말은 없지만... 하하하~ 정말 가족들끼리 덕담 많이 해주는 추석 됐으면 해요."
한국에 정착한 것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서동주는 1997년 14세 중학생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미국 명문인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웰즐리 칼리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거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았고,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2020년 37세에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으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먼 타지에서 보낸 셈이다.
"미국에 있을 땐 명절에 못 나올 때가 훨씬 많았어요. 그러면 유학생, 교포 친구들끼리 모여서 윷놀이도 하고 송편도 빚고 김치도 담갔던 것 같아요. 평소 미국 문화에 묻혀 사니까, 조금이나마 그때는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하곤 했죠. 미국은 Thanksgiving day(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구이를 해 먹으니까, 다 같이 나눠 먹고 홈파티했어요. 다들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까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가족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변호사 밤샘 업무..방송 활동하니 숨통 트여"서동주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올해도 KBS 2TV '걸어서 환장 속으로', SBS '골때리는 그녀들', MBN '떴다! 캡틴 킴', MBC에브리원 '나는 지금 화가 나 있어'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서동주는 "신기하게 강물 흐르듯이 흐른 것 같다"며 "원래는 변호사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매일 밤새고 주중 주말 없이 일했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 방송하는 게 숨통이 트이더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갑갑한 원칙주의자'라고 칭한 서동주는 방송 출연을 하면서 공감력을 많이 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는 리액션해야 하는 방송은 안 하고 싶었다"며 "공감을 잘하지 못해서 리액션이 너무 서툴렀고 마치 로봇 같았다. 그런데 공감 능력도 연습하면 느는 것 같다. 실제로 이제 공감도 잘 되고, 웃음과 눈물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좀처럼 맞지 않을 것 같던 연예계에 스펀지처럼 스며들었다. "(방송이) 생각보다 잘 맞는 것 같아요. 하다 보면 배우는 게 많아서 재밌어요. 스스로에 대한 도전도 되고요. 원래는 말주변도 없고, 낯도 많이 가리는데 방송하다 보니 고쳐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연예계 선배인 모친 서정희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엄마가 제작발표회 때 딱 붙는 옷 좀 그만 입으라고 하더라"며 "배가 너무 평평해서 이상하더라. 내가 '무슨 말이야'라고 했다"며 웃었다.
서동주는 올해 초 어머니 서정희, 외할머니 장복순과 함께 '걸어서 환장 속으로'에 출연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세 사람 모두 따로 살지만, 평소 서로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는 그는 "보려고 자주 가지만 성격이 다 달라서 같이 있으면 싸운다"며 "약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다. 우린 별거 아닌 걸로 싸웠다가 금방 풀리고 웃고 있다"고 남다른 가족애를 과시했다.
"'데블스 플랜' 웃고 울고..미움 받더라도 본능 충실"서동주는 지난 26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데블스 플랜'에서도 활약 중이다. '데블스 플랜'은 최대 5억 원의 상금을 차지할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 프로그램이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 두뇌, 추리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다수 연출한 정종연PD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데블스 플랜' 제작발표회에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힌 서동주는 경연 초반 명석한 두뇌 플레이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제가 어느 방송을 나가든 아무래도 좀 조심스럽더라고요. 보통은 변호사 같은 어떤 전문가 역할로 나가다 보니까 막 까불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데블스 플랜'에서 만큼은 솔직해져 보기로 했어요. '미움을 받더라도 진짜 솔직한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 생각했어요. 굉장히 본능에 충실하면서 게임했어요. 정말 방송인 걸 잊고 할 정도로 몰입하고 집중했어요. 기쁠 땐 기뻐하고, 화날 땐 화내면서 모든 걸 솔직하게 했어요."
'데블스 플랜' 출연자들과는 촬영 이후에도 끈끈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끝나고 2번 정도 회식을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바이벌을 하니까 동지애, 동료애 같은 게 생겼다"며 "핸드폰도 컴퓨터도 못 쓰는 상황에서 24시간 붙어 있으니까 촬영장이 전 세계인 것처럼 느껴지더라. 거기서 일어나는 일에 크게 영향받고 말 한마디에 상처 받고 누가 탈락하면 다 같이 울었다. '게임하다 하루 만에 왜 울어' 할 수도 있는데 거기 있으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여러 방송 활동하면서 연예계 지인들도 많아졌다. 특히 여자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에서 'FC불나방' 막내로 활약한 서동주는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안혜경, 가수 신효범과 각별한 사이라고. 서동주는 "(신)효범 언니와는 '골때녀' 할 때 거의 매일 통화했다. 끝나고 나서도 연락하고 지낸다. 언니가 많이 조언도 해주고 힘이 되어 준다. 만나면 언니가 용돈도 준다. '나도 마흔인데 용돈을 받나' 싶어서 처음엔 거절했는데, 이젠 자랑하고 다닌다"고 웃었다.
그는 향후 방송 활동 계획에 대해 "이제 나만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솔직한 방송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리얼리티도 좋고, 이제는 공감 능력을 탑재한 사람으로서 토크쇼 패널도 좋을 거 같아요. 최근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정말 대박이에요. 사랑에 진실한 사람들이 와있으니까 재밌게 보게 되더라고요. 진짜 사랑에 웃고 우는 게 좋아요. 그런 진실성을 좋아해요."
"故서세원·반려견 떠난 후, 롤러코스터처럼 감정 널뛰어"서동주는 올해 부친과 반려견을 잃는 큰 슬픔을 겪기도 했다. 부친 고 서세원은 지난 4월 20일 캄보디아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해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서동주는 부친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캄보디아와 한국에 오가며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했다. 부친의 발인이 치러진 5월 2일 반려견 클로이도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게다가 모친은 지난해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이어왔다.
서동주는 "2023년은 내게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며 "방송 활동을 통해 나를 많이 알릴 수 있었지만, 아버지와 클로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엄마는 암 때문에 치료받았다. 한 사람이 몇 년에 걸쳐 겪는 일을 한 번에 다 겪었다. 감정이 쉴 새 없이 널뛰는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방송에서 좀 더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어른이 되면 감정을 억누르며 살잖아요. 이런 일 저런 일 있어도 티 안 내려고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생기니까 진실한 거 하나만 지킬 수밖에 없더라고요. 감정의 절제를 못하게 되니까 적어도 진실하게 있자고 생각했죠."
서동주는 힘들었던 지난날 곁을 지켜준 동갑내기 매니저를 비롯한 주변 친구,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제 매니저는 실제 같이 캄보디아도 가고, 아버지 장례도 치러주고 클로이 화장도 시켜주고 저와 함께 이 일을 다 겪어줬어요. 장례식장엔 초등학교 친구들도 다 오고 유치원 때부터 친한 언니가 3일 내내 자리를 지켜줬어요. 저희 회사 부사장님도 계속 계셨어요. '비디오스타' 이유정 CP님,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님과 작가님들, (박)경림 언니, 궤도, (김)동재도 와줬고요. 저는 친구도 별로 없고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큰일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날 아끼고 사랑해주는구나. 보답하기 위해 베풀고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좀 더 기대도 되겠고, 이 사람들이 나에게 기댈 수 있도록 내가 좀 더 잘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느끼는 게 진짜 많았어요."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서동주의 얼굴에선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우여곡절을 지나 다시 맞은 추석, 그녀가 보름달에 빌고 싶은 소원은 뭘까. "살면서 이런 걸 빈 적은 없는데, 올해는 건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요. 엄마도 할머니도 편찮으시거든요. 다들 건강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변호사 시험 붙게 해주세요' 같은 걸 빌었는데 올해는 대박 바라지 않고 다사다난하지 않고 큰일 별로 안 겪고 평탄한 한 해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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