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행세를 하며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그룹 빅스 출신 라비(30·김원식)가 함께 재판을 받은 래퍼 나플라(31·최석배)와 함께 항소심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21일(한국시간 기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6일 라비 나플라 등 총 9명의 병역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번 재판을 받은 피고인 모두에 대한 1심 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아직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던 라비는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7단독은 지난 10일 오후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비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당시 검찰은 라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라비가 브로커 구모씨와 치밀하게 계획해 뇌전증 증상이 없음에도 가장하는 방법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하고, 위계로서 공무원들의 업무를 방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다시 병역 등급 판정을 받아 병역 의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상황을 참작한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는 병역 브로커 구모씨와 공모해 가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해 허위 진단서를 받고 병역 면제를 시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라비는 구씨에게 '뇌전증 시나리오'를 받은 뒤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병원 검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 의사가 '증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무시하고 약 처방을 요구해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서 병역을 미루다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라비는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겠다며 '향후 입영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라비는 구씨의 제안에 따라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고, 구씨는 이 사실을 전달받고 "굿, 군대 면제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라비는 2022년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가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2022년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이행해온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스스로 신청해 복무하고 있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제 합리화였다. 수사를 받으며 얼마나 잘못인 건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건지 깨닫게 됐다. 제 잘못과 이로 인한 비판은 제가 가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간에도 복무를 열심히 하고 계신 분들, 또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뇌전증을 가진 환자, 그 가족들께 죄송하다. 이 순간을 잊지 않고 평생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나플라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엠넷 '쇼미더머니777' 우승자 출신인 나플라는 라비가 설립한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2021년 2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구씨 시나리오에 따라 우울증 등을 호소하며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구씨는 나플라에게 "극단 선택 충동을 느끼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거짓 행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