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심포니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연합뉴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83)가 이번 주말을 끝으로 시카고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직을 정식으로 내려놓는다. 무티의 사임은 사실상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와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 교향악단과의 결별이라는 의미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하겠다. 시카고 심포니는 무티와의 결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새로운 상임 지휘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어 무티의 사임으로 받게될 충격을 최대한으로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 심포니는 지난 1997년 타계한 게오르규 솔티시절부터 뉴욕, 클리블랜드, 보스턴,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 소위 미국 ‘빅 5’로 불리우는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 오케스트라라는 명성을 누려왔다. 솔티의 사후, 잠시 휘청거리던 시카고 심포니의 대타로 등장한 무티는 시카고 심포니의 명성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았으며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시카고 심포니는 그동안 무티와의 계약을 3번씩이나 연장하며 무티의 바톤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나 무티의 노쇠와 더불어 더 이상의 동행이 힘들어진 시카고는 이제 무티에 버금가는 지휘자 선임이라는 큰 과제를 떠 안게 됐다.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사임으로 같은 고민에 빠져 있던 뉴욕 필은 구스타프 두다멜(현 LA 필 지휘자)이라는 대어를 일찌감치 선점, 사실상 물갈이에 성공했지만 시카고의 경우는 무티의 전 지휘자였던 다니엘 바렘보임과 함께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적이 있어 지휘자 선정에 더 고민이 많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 심포니는아직 무티 후임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오는 9월 시작되는 CSO 2023-2024 시즌 오프닝과 특별공연, 10월 카네기홀 공연, 2024년 1월에 있을 유럽 순회공연 등을 여전히 무티가 '수석 객원 지휘자' 타이틀을 달고 CSO를 이끈다고 공지했다. CSOA는 이후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63·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전 CSO 음악감독 대니얼 바렌보임(80),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음악감독을 지낸 마이클 틸슨 토머스(MTT·78), BBC 심포니 앤드루 데이비스(79) 등 유명 지휘자들이 객원 지휘자로 무대에 서는 공연 일정을 짜 둔 상태다.
음악전문매체 '뉴시티뮤직'은 "무티와 CSO의 조합은 절정에 이른 상태이고, 음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CSO 단원들이 무티를 무척 좋아하고 무티 역시 그들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공식 계약은 종료됐어도 둘의 관계가 최소 2년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CSOA는 무티 후계자 지명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공식 계약 종료 이후에도 무티가 'CSO 간판' 역할을 하는 한, 무티의 이름값과 인기를 누리면서 음악감독 고액 연봉은 아낄 수가 있다"고 해석했다. 무티는 알려졌다시피 라 스칼라 시절 전행과 독재를 일삼았던 구세대의 전형적인 독재 지휘자 중의 한 명으로 이름이 높았다. 시카고 심포니와는 지역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비교적 궁합이 좋았지만, 지휘자 중심보다는 단원 중심으로 트렌드가 변해가고 있는 세계 오케스트라의 추세 속에서 무티의 지휘에 익숙해진 시카고 심포니… 그리고 시카고 지역의 관객들이 언제까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구시대의 전통을 지켜가면서 또 최고의 명성을 함께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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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