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연합뉴스) =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3-2024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황대헌(강원도청) 선수가 얼음 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황대헌(24·강원도청) 걱정은 사치였다.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활약하다가 1년을 쉬어갔던 황대헌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황대헌은 23일(한국시간)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3~24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대회 남자부 1000m 결승에서 1분22초793을 기록, 김태성(1분22초685·단국대)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차 선발전에서 아쉬운 성적을 써내기도 했으나 결국 1·2차 합산 랭킹포인트에서 89점을 기록하며 종합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대헌이 2023~2024시즌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빈다.
황대헌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 등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대표 선발전에서 기권했다. 국내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선 홍보대사로 변신하기도 했으나 황대헌이 있을 자리는 링크 위였다.
린샤오쥔(27·한국명 임효준)과 벌일 자존심 대결에 시선이 집중된다. 린샤오쥔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황대헌과 대표팀 쌍두마차로 활약했던 선수다. 린샤오쥔은 1500m 금메달과 500m 동메달, 황대헌은 5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나 이듬해 둘 사이가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법적 다툼을 벌였고 린샤오쥔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으며 입지가 크게 줄었다.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 중국 귀화를 택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고의성이 없었다'며 법원으로부터 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구형을 뒤집고 무죄판결을 받았다.
되돌릴 수 있는 건 없었다. 린샤오쥔은 가슴에 오성홍기를 달았다. 자격 유예 기간에 걸리며 2022 베이징 올림픽엔 나서지 못했다. 황대헌은 이 대회에서 1500m 금메달,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며 그의 존재를 잊게 만들었다.
황대헌이 잠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사이 린샤오쥔은 지난달 무려 4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해 세계선수권에서 중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남자 500m 결승에서 1위로 통과하고도 필수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실격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남자 계주 5000m 금메달과 혼성 계주 20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이후 그는 숨겨왔던 복잡한 속 이야기를 꺼내놨다. "모든 선수들이 매 대회를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나도 4년 만에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했다. 국내에서 열린 대회라 더 긴장했다"며 "물론 힘들었다. 힘들지만 내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마음 먹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젠 둘의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황대헌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린샤오쥔에 대한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둘은 국제대회에서도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황대헌과 1대1 대결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일찌감치 자동 대표팀 자격을 획득해놓은 박지원(27·서울시청)이 있기 때문이다. 린샤오쥔 입장에선 현재 가장 뛰어난 레이스를 펼치는 박지원과 영원한 숙적 황대헌을 동시에 신경써야 한다. 반면 황대헌은 박지원의 존재로 인해 한결 부담감을 덜어놓고 레이스에 나설 수 있다.
쇼트트랙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2월 세계선수권 전까지 꾸준히 월드컵 등 대회가 열린다. 쇼트트랙 팬들이 벌써부터 날씨가 선선해질 10월을 기다리게 만든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