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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녹으면서 ‘홍수 비상’에다 산불시즌 ‘불쏘시개’ 우려

2023-04-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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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적 폭설, 폭우 가주...기온 오르며 해빙 본격화, 기록적 폭우로 나무들 ‘쑥쑥’

▶ 농경지·주거지 침수 위험 “피해 가을까지 이어질수도”

눈 녹으면서 ‘홍수 비상’에다 산불시즌 ‘불쏘시개’ 우려

지난 3월 중가주 튤레어 분지 홍수로 건물들이 물에 잠긴 모습. 이제는 폭설 해빙에 따른 침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지난 겨울 이상기후로 캘리포니아주 산지에 두껍게 쌓인 눈이 최근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하면서 인근 지역에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CNN 등이 16일 전했다. 특히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 센트럴밸리에 있는 툴레어 분지와 인근 도시 코코란 일대에 침수 피해가 큰 상황이다. 거기에 더해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 지역이 산불 우려 시즌을 앞두고 지난겨울 눈을 동반한 기록적인 폭우의 영향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툴레어 분지는 한때 호수였으나 100년 전 물이 빠진 후 인근 주민들이 농토로 개간해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미 서부에 10여차례 이어진 폭우와 폭설로 이 지역에 물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고, 최근 한 달 사이 인근 산지에 두껍게 쌓여있던 눈까지 녹기 시작하면서 농지가 거의 물에 잠겼다.

이곳 주민들은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해 큰 경제적 피해를 본 데 이어 호수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주거지까지 침수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주민 마르티나 실리는 “모든 농작물이 완전히 물에 잠겨 못 쓰게 됐고, 사람들은 생업을 잃었다”며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산지의 눈 해빙에 따른 피해가 올가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거의 모든 강에 물 유입이 오는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내려오는 튤 강과 컨 강의 올해 연간 수량은 예년 평균 대비 각각 4.3배, 3.7배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서부 지역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기록적인 폭설과 폭우가 내렸다. 이 기간 내린 비와 눈의 양이 정확히 집계됐는지는 않았지만, 수년간의 지역 가뭄을 해소하는 '역대급'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 기록적인 폭우와 폭설이 캘리포니아주의 계절적 재난인 산불 시즌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 지역은 해마다 건조한 여름부터 가을, 겨울에 이르기까지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산불은 수개월간 계속되고 큰 피해를 낸다.

그런데 지난 겨울 내린 비와 눈으로 그동안 서부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식물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산불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산림 소방국의 아이작 산체스 대변인은 "많은 비로 인해 예상되는 것은 연소할 연료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수년 전에도 연초에 많은 비가 내린 그해 산불이 예년보다 더 확대해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2016년에서 2017년으로 이어지는 겨울 동안 캘리포니아주 대부분의 지역에는 평년보다 30∼50% 더 많은 눈과 비가 내렸다.

같은 해 10월 발생한 산불은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와인 산지를 집어삼키면서 4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해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년의 두 배 이상인 60만ha를 태웠다.

캘리포니아대 대니얼 스웨인 기후 과학자는 "산불 시즌이 늦게 시작해 일찍 끝나면 다행이지만, 이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최근 수년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중 일부는 습했던 겨울 이후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산불 시즌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초기 징후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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