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물간 무법자들의 우정과 피의 살육전을 그린 걸작

2023-03-1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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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와일드 번치’(Wild Bunch) ★★★★★(5개 만점)

한물간 무법자들의 우정과 피의 살육전을 그린 걸작

최후의 결전장으로 향하는 벤 잔슨(왼쪽 부터), 워렌 오츠, 윌리엄 홀든 및 어네스트 보그나인.

생전 ‘폭력의 미학 추구자’로 불린 샘 페킨파 감독의 1969년 작 웨스턴으로 한물간 무법자들의 한탕과 의리와 우정과 자존심 그리고 자포자기적인 피의 살육전을 장렬하게 그린 걸작이다. 내용과 촬영 그리고 기라성 같은 중년 베테란 배우들의 쓴 맛 다시는 듯한 모습과 무게 있는 연기 및 라스트 신의 슬로 모션으로 묘사되는 장시간의 총격전 등 모든 것이 멋있는 출중한 영화로 매우 비관적이요 노스탤지어 분위기가 가득하다.

서부시대가 저물어 가는 1913년. 나이 든 무법자 파이크(윌리엄 홀든)가 이끄는 강도단이 텍사스와 멕시코 접경 마을의 철도사무소를 터나 잠복해 있던 바운티 헌터들에 의해 기습을 당한다. 헌터들의 리더는 한 때 파이크의 동료였다가 현재 옥살이를 하고 있는 디크(로버트 라이언)로 그는 파이크 일당을 잡는 대가로 사면을 약속 받았다.

파이크는 동료들인 더치(어네스트 보그나인), 라일(워렌 오츠), 텍터(벤 잔슨) 및 앙헬(하이메 산체스)과 후에 합류한 늙은 프레디(에드몬드 오브라이언)와 함께 추격하는 디크 일당을 피해 멕시코로 도주한다. 앙헬의 고향에 도착한 일당은 마을을 말아먹는 멕시칸 장군 마파체(에밀리오 페르난데스)와 계약을 맺는다. 미 군용무기를 수송하는 열차를 습격해 탈취한 무기를 마파체에게 주는 대신 금을 받기로 한다. 그런데 열차에는 디크와 그의 일당이 타고 있다.

끈질기게 추격하는 디크 일당과 파이크 일당 간에 유혈 총격전이 벌어지고 약탈은 성공한다. 그리고 파이크 일당은 신형 연발 브라우닝 기관총을 비롯해 약탈한 무기를 마파체에게 전달하나 마파체가 앙헬을 살해하면서 파이크를 비롯한 4명의 나이 먹은 무법자들과 마파체 휘하의 수 백 명의 멕시코 군인들 간에 유혈이 난무하는 대살육전이 벌어진다. 장시간 슬로모션으로 진행되는 이 살육전은 피의 발레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기까지 한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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