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의 3월경매… 아직은 건재한 뉴욕 미술시장?

2023-03-15 (수) 글 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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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현대 미술’ 출품작은 꾸준한 수요

▶ 블루칩 작가 ‘가격 조정’ 현상 지속

뉴욕의 경매사들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잇달아 현대미술 경매를 진행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미국의 미술 시장은 아직은 건재하다는 분위기를 보였다. 서울옥션·케이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 낙찰총액이 전년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하여 위축된 국내 경매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대부분 뉴욕의 경매회사들은 작년 3월의 매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전년대비 경매 출품작 수가 다수 증가했음에도 낙찰 총액이 비슷해 작품 당 평균 낙찰금액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지난해 경매에서부터 이어진 기존 블루칩 작가 작품의 가격 조정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다수의 블루칩 작품들은 예상가 내 낙찰되거나 유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먼저 필립스(Phillips)가 8일 ‘뉴 나우 (New Now)’ 세일을 진행했다. ‘뉴 나우’의 총 낙찰금액은 전년과 동일한 840만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낙찰 작품 수가 전년 대비 40%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작품 당 평균 낙찰금액은 감소한 셈이다. 필립스의 경매에는 ‘초 현대미술’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수 걸렸다. 최근 하프(Half)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마친 유안 팡(Yuan Fang)이 대표적인이다.


뉴욕과 중국의 입찰자가 간 경쟁이 뜨거워 예상가 1만 달러의 8배가 넘는 약 9만 달러에 낙찰됐다. 최근 리만 머핀(Lehmann Maupin) 갤러리에 합류한 베트남계 미국 작가 타미 응우옌(Tammy Nguyen)의 작품도 경매에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예상가의 4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그간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보였던 젊은 여성 작가 로렌 퀸(Lauren Quin), 엠마 웹스터(Emma Webster), 애나 팍(Anna Park)의 출품작들도 예상가의 3~4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하지만 최근 경매에서 가격이 급상승한 ‘초현대 미술’ 작품들은 유찰되거나 기존 거래되던 가격 아래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눈에 띄었다. 컬렉터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날인 9일 소더비(Sotheby’s)는 ‘컨템포러리 큐레이티드 (Contemporary Curated)’ 세일을 열었다. 작년의 낙찰총액과 비슷한 수준인 3500만 달러(약 463억원)를 거둬들였다. 소더비 경매에서는 성소수자 작가들의 작품이 연달아 예상가를 뛰어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최근 경매에서부터 주목받고 있는 도론 랭버그(Doron Langberg), 살만 투어(Salman Toor), 헤르난 바스(Hernan Bas), 제나 그리본(Jenna Gribbon)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니나 샤넬 에보니(Nina Chanel Abney)와 우르스 피셔(Urscher Fisher) 같은 젊은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유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 경매부터 자주 출품된 젊은 여성 작가 안나 웨이언트(Anna Weyant)의 작품은 예상가 내에서 낙찰돼 조정세를 보이는 듯했고, 에브리 싱어(Avery Singer)의 작품은 유찰됐다.

크리스티 (Christie’s)는 소더비 경매가 끝나자마자 이례적으로 같은 날 아담 린드먼(Adam Lindemann)의 개인 컬렉션 세일 ‘아담(ADAM)’을 진행했다. 보통 개인 컬렉션 경매는 위탁자가 사망하거나(Death), 이혼으로 재산 분할 문제가 있거나(Divorce),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Debt)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세일은 좀 달랐기에 미술계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위탁자인 린드먼의 커리어가 독특하다. 원래 금융업계에 종사하던 린드먼은 2012년 돌연 뉴욕에 ‘비너스 오버 맨해튼(Venus Over Manhattan)’ 갤러리를 열었다. 아트 딜러이면서도 동시에 제프 쿤스, 타카시 무라카미 , 장 미셸 바스키아와 같은 슈퍼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2000년대 초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후에 경매에 내놓아 비싼 가격에 팔았던 그는 업계에서는 유명한 컬렉터이기도 하다.

<글 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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