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한공, 자회사 HIC에 7억2천만불 신주 유상증자
▶ 호텔 오피스 공실률 높아 영업 부진으로 부채 늘어

LA다운타운의 상징적 초고층 빌딩인 윌셔 그랜드센터 [박상혁 기자]
한진그룹이 LA 다운타운에 건설한 미 서부 최고층 빌딩 윌셔 그랜드센터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항공이 윌셔 그랜드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자회사에 유상증자를 통해 빚 탕감에 나섰다. 지난 2017년 개장 이후 호텔과 사무실의 높은 공실률로 영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이처럼 대한항공이 긴급 자금 수혈에 들어가자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20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진인터내셔널(HIC)의 신주 취득에 의한 유상증자 투자를 결정했다. 신주 취득 규모는 7억2,000만 달러로 전액 현금 구매 방식으로 알려졌다. 취득 예정 일자는 지난달 28일이었다.
윌셔 그랜드센터를 운영해 임대 사업을 펼치고 있는 HIC는 대한항공에서 빌린 7억2,000만 달러를 부채 상환에 전액 사용할 계획이다. HIC의 부채 규모가 1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상증자 투자는 사실상 대한항공이 HIC의 빚을 탕감해 주는 셈이다.
HIC의 부채 규모가 커진 데는 임대 사업 부진 때문이다. HIC는 2017년부터 윌셔 그랜드센터를 운영해 왔는데 줄곧 호텔과 사무실의 높은 공실률에 따른 영업 부진을 겪어 왔다. 초기 건물 리모델링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이익을 내지 못해 차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더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자 만기 차입금을 갚기 위해 대한항공에게서 7억 달러 이상을 빌렸다. HIC 지분 100%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2021년 말 HIC에 투자한 금액을 전액 손상 처리한 바 있다. 이는 투자주식 장부가액을 0으로 만든 것인데,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전액 날렸다는 의미다.
HIC가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을 받아 외부 차입금을 갚더라도 남은 차입금 4억 달러에 대해 대한항공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호텔과 사무실 임대 수요가 늘어나면서 HIC의 영업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 우려에 사무실 복귀가 지연되고 있어 손실 폭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모기업인 대한항공의 최근 실적이 급격히 좋아진 것이 위안이면 위안이다. 2019년에 순손실을 기록했던 대한항공은 2021년 6,38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순이익 규모가 잠정치로 1조7,7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출자로 대한항공의 자금 부담이 많이 확대되긴 했지만 재무 여력을 감안할 때 감내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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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