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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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골프는

2023-02-20 (월)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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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기 마시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좋은 사람과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운동이다. 매 홀이 다르고 매일 다르게 친다. 날씨가 영향을 주고 그날의 기분과 몸 상태에 따라 다르다.

어느 글 쓰는 분이 ‘개나 소나 다 치는 골프라고 극하게 표현을 하고 자기도 배운다’고 쓰셨는데 미국에 사는 나이 먹은 골퍼에게는 목숨이 걸린 운동이다. 만약에 골프가 없었다면 무엇으로 이 긴 하루를 보내며 시간을 보냈을까. 재미가 있으니 치겠지만 잘 안 맞는 날은 너무나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내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다음 날이면 또 골프 치러 간다. 중독성이 있다. 넓은 땅에 매번 치는 볼이 다른 곳에 떨어지니 예상이 비슷하면 잘 치는 거다. 실수를 줄이는 운동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실수가 많아진다.

상황도 매번 다르니 공 치는 느낌이 다르다. 같은 사람과 치는 게 대부분이지만 모르는 사람과 어울릴 때도 있다. 룰을 내가 지켜가며 치는 운동이므로 남에게 내 인격을 보여주며 치는 운동이다. 여자 골퍼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지만 유난히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 40년 살면서 골프장에서 만난 일본사람은 딱 한 번이고 많은 중국사람도 뭘 하고 노는지 골프장에서는 거의 못 본다. 미국에 있는 골프장이 한국 사람이 없으면 운영이 안 될 정도라는 것은 내가 사는 동네뿐만 아니다. 캘리포니아, 뉴욕 어느 곳이나 한국 사람으로 운영이 된다고 할 정도이다. 어느 골프장은 미국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더 많다.

우리는 한번 하면 집착이 세고 승부욕이 강하다. 미국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노는 취미가 다르지만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골프장이 문만 열면 친다. 그들은 넓은 나라에 살면서 자연과 즐기는 운동이 발달되어 있지만 우리는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나라,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살아서 노는 것이 등산이나 낚시뿐이었다.

남녀노소 같이 치는 골프는 시작을 다르게 하여 즐겁게 점수를 낼 수 있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아무리 나이가 먹어서 거리가 안 나도 시작점이 같다. 절대로 가까운 곳에서 안 친다. 거리가 짧은 대신 가까운 거리에 승부를 두어서 점수도 더 잘 나온다. 치는 모습이 당당하며 나이가 먹었어도 지지 않으려는 경쟁의식이 몸에 배어있다.

미국사람은 나이에 맞는, 자기 실력에 맞는 곳에서 부터 시작하여 여유 있게 즐겁게 친다. 우리와 의식이 다른 게 운동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골프공과 티를 사서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주워서 써도 충분하고 티는 줍기만 해도 가방 가득한데 좋은 티는 끈까지 매달아서 평생을 쓴다. 아끼는 모습보다는 절약이 몸에 배인 버릇이다.

중국 사람이 목소리가 크다고 흉을 본다. 우리가 그들보다 조금 나을지는 모르겠는데 여전히 많은 골프장에서 비 매너로 홀대 받는 곳이 많다. 골프는 남에게 피해를 안 주며 나와 경쟁하는 여러 가지 룰이 많은 예의를 지키는 운동이다. 공공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규칙을 잘 지켜야 하고 자신을 닦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하는 신사운동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 골프는 자존심이며 모든 운동 중 으뜸이며 오락의 핵심이고 모임의 기본이다. 오늘도 즐겁게 자연을 즐기며 규칙을 잘 따르며 조용히 남에게 피해 안 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려 노력한다.

<이근혁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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