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가 인종차별주의자 이름을 붙인 건물명을 차례로 없애고 있다. 지난 2월 7일 대학측은 ‘흑인을 린칭하는 것은 야만인을 제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쓴 버나드 모세스 이름을 딴 ‘모세스 홀(Moses Hall)’ 명칭을 건물 벽에서 떼냈다. 이같은 제거 작업은 5번째에 해당된다.
UC버클리 창립자 중 1명인 모세스는 정치학과와 역사학과를 설립하고, 법과 경제학을 가르친 교수로 존경을 받은 후 1931년에 눈을 감았고, 학교 건물명에 그의 이름이 사용됐다.
UC버클리는 1882년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 중국인 이주를 금지시킨 법) 제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존 볼트 이름이 붙은 법대 건물명 ‘볼트 홀(Boalt Hall)’ 명칭을 2020년 2월 떼어낸 것을 시작으로 인종차별주의자 건물명 없애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1877년 볼트가 “중국인들은 신체적 특이성, 지적수준과 기질 차이, 언어와 관습 차이, 민족 특성에 따라 야기되는 증오심, 종교적 광신 등으로 백인과 동화될 수 없다”고 발표한 인종차별적 글이 중국인에 대한 반이민 정서를 확산시켰고 그 결과 중국인 배척법이 제정됐었다.
또한 노예해방에 반대하는 남부를 위해 싸웠고, 인종차별 용어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존 르콩트와 조셉 르콩트 형제의 이름을 딴 ‘르콩트 홀(LeConte Hall)’, “백인은 역사적으로 가장 우월한 인종”이라는 저서를 남기고 1900년대 UC총장을 지낸 데이비드 프레스코트 버로우의 이름을 딴 ‘버로우 홀(Barrows Hall)’도 2020년 11월 건물명에서 삭제됐다.
아메리카 원주민 유해를 수집하고 올로니(Ohlone)족이 멸종했다고 주장한 인류학의 선구자 알프레드 크로버의 이름을 딴 박물관과 미술관 이름도 없어졌다.
UC버클리 생화학 엔지니어링 교수인 데이비드 쉐퍼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미투 운동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 불평등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면서 “건물명을 제거한다고 해서 역사를 지우는 것이 아니다. 이 이름들은 우리 역사의 일부이나, 그들이 남긴 유산(legacy)을 존중하고 싶지 않은 뿐이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9월에는 UC헤이스팅스 법대명을 UC샌프란시스코 법과대학(UC College of the Law, San Francisco)으로 학교명을 바꾸자 헤이스팅스 후손들이 주정부와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878년에 이 학교를 설립한 헤이스팅스가 아메리칸 원주민 학살에 가담했다고 주장에 따라 변경됐으나 후손들이 이에 반발하며 학교명 복원이나 학교명을 없앨 경우 주정부가 연이율 7%를 지불하라는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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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