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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대 명성에 드리운 그늘

2023-02-10 (금)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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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건강서비스 소홀, 성폭행신고 은폐...가짜대학생, 10개월간 기숙사에 기거

▶ 총장 허위자료 논문 의혹...조사위 구성, ‘Stanford Hates Fun’ 배너로 정학당해

'미 서부 아이비리그 대학' 스탠포드대 명성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고 8일 SF크로니클이 보도했다. 바로 지난해 대학 캠퍼스를 괴롭혀온 불운의 에피소드들(episodes) 때문이다.

캠퍼스내서 간호사, 스타 운동선수, 법대생이 자살해 대학측이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을 소홀히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으며, 또 대학측이 캠퍼스내 성폭행사건들을 감추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초청해 발언할 기회를 주고, 대학 총장도 일부 학술논문에 허위자료가 포함됐다는 의혹을 피해가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학부 지원자의 4% 합격률과 290억달러의 기부금, 2022년 노벨상 수상자 배출 등에 힘입어 일련의 비극적인 불명예 사건들은 대학의 명성에 그다지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자축구팀 주장의 자살

지난해 2월 28일 여자축구팀 주장인 케이티 메이어(22)가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는 1년여간 학생이 자살로 사망한 4번째 사건이다. 메이어 부모는 스탠포드대 담당자가 졸업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메이어를 퇴학시키겠다고 갑자기 위협해서 겁에 질린 딸이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메이어가 사망한 날 밤 메이어는 자신의 졸업이 보류됐고 곧 자신이 징계될 것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메이어가 여자축구팀 팀원을 성폭행한 의혹이 있는 풋볼선수에게 커피를 끼얹은 것이 발단이 됐다. 메이어는 징계 이메일에 충격과 혼란을 느꼈다고 답장한 후 자살했다. 메이어 부모는 대학측이 캠퍼스 상담실이 상담시간 종료로 문을 닫은 후에 메이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며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메이어의 자살로 대학측을 향한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대학측은 카운슬러와 테라피스트(치료사)를 고용하겠다고 밝혔으나 10월까지 1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대학측의 정신건강 서비스 도움을 받기 어렵고 불충분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성폭행사건으로 퇴학당한 학생은 1명뿐

스탠포드대가 필히 공개해야 하는 범죄 리포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년에 수십건의 성폭행사건이 대학경찰에 신고되는데 지난 학기 10월 중순까지 신고된 건수는 2건에 불과했다. 이에 수백명의 학생들은 '스탠포드가 강간범들을 보호한다(Stanford Protects Rapists)'는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은 2015년 이래로 1천건 이상의 성폭행사건 신고를 받았음에도 대학측이 성폭행사건으로 퇴학시킨 학생은 1명뿐이었다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성적비위를 저지른 교수들이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신문인 스탠포드 데일리에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린 한 여성은 "캠퍼스는 포식자들의 사냥터"라고 비난했고 에릭 스트롱 의대 박사는 대학이 가해자들의 범행을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10개월간 가짜 대학생이 기숙사에 기거...보안 허술

지난 학기에 월리엄 커리(알라배마)라는 가짜 대학생이 최소 10개월간 학생 기숙사 5곳을 옮겨다니며 살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의대생으로 위장한 커리는 여학생 1명과 연애를 하기도 했는데, 이별 후 그 여학생은 커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커리는 10월 27일 기숙사에서 TV를 훔쳐 쫓겨났다. 대학측은 안전 프로토콜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런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종차별 발언 교수 초청


스탠포드 비즈니스쿨과 후버연구소가 지난 11월에 주최한 컨퍼런스의 패널리스트로 인종차별 발언을 반복적으로 해온 펜실베니아대 로스쿨 에이미 왁스 교수를 초청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왁스 교수는 "멕시코 남성이 여성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더 높다" "동성애 커플은 아이들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다" "미국은 아시안인이 적을수록 좋아진다"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왔는데, 스탠포드대 교수 50명은 "왁스 교수가 그런 발언을 할 자유가 있지만, 학술적인 근거가 없는 발언들"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도 2016년부터 스탠포드대 총장으로 재직중인 마크 테시에-라빈 박사가 스탠포드에 합류하기 전, 공동집필한 논문 5개의 데이터가 허위라는 의혹이 지난 12월에 제기되자 스탠포드대 이사회는 이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테시에-라빈 총장은 이 의혹을 부인했다. 또 스탠포드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인간이 자연과의 조화 속에 건강한 삶을 누리는 지속가능형 글로벌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으로 환경, 사회, 경제, 과학기술 등 전방위적 혁신체제를 연구한다)' 학장이 석유개스회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발언해 800여명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지난 12월에는 스탠포드 대학이 ‘유해’ 단어라고 이 학교 웹사이트와 IT 언어에서 금지한 영어 단어·표현 목록이 보수단체와 소셜미디어에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스탠포드 데일리에 따르면 가을학기 첫달에 열리는 대학 허가 파티도 2019년 158개에서 지난해 45개로 71% 줄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10월 풋볼게임 하프타임에 'Stanford Hates Fun' 배너를 든 학생이 정학을 당하자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를 막은 것이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기 개발을 위해 스탠포드대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설립한 엘리자베스 홈스(테라노스 전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월 11년형을 선고받았고, 거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먼도 고객자금 수십억달러를 빼돌려 기소됐는데, 뱅크먼-프리드 부모는 둘다 스탠포드대 로스쿨 교수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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