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현무용아카데미서 7년째 배워
▶ 다문화 경험으로 포용적 자녀로 성장
지난해 알라메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네하, 새미 가족이 한복을 입고 다함께 참여했다. 앞줄 왼쪽부터 새미 군, 네하 양, 엄마 보라 이스라니씨, 뒷줄에 아빠 산딥 이스라니씨.
"한국무용을 통해 내 정체성 마음껏 표현해 좋아요"
한국무용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른 네하(13), 새미(11)는 벌써 7년째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는 실력파 남매다. 이미 한국문화축제 등 다양한 한인 행사에서 삼고무, 장구춤, 부채춤 등 여러 무대를 선보이며 두각을 드러낸 바 있는 이들은 인도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한국-인도 혼혈이다.
누나 네하는 "어렸을 때 한국무용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우아하고 예뻤고, 손목을 돌릴 때 부채를 펴는 등 섬세한 동작들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실리콘밸리)한국학교에서 선택과목을 한국무용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네하 양은 "한번은 다른 수업 때문에 무용 클래스를 못 듣게 된 것이 속상해 울었다"며 "당시 수업을 가르치던 김일현 선생님이 속상해하는 나를 보고 (김일현무용)아카데미에 와서 배워보지 않겠냐고 물어봐 주셔서 그때부터 팀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남동생인 새미 역시 부모님과 함께 오가며 누나가 수업받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큰 관심이 생겨 곧장 함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두 남매는 김일현무용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으며 지난 2016년부터 7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셧다운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주도 빠짐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
네하 양이 최근 가장 좋아하는 무용은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창작무용 '꽃과 나비'. 과거와 미래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퓨전 무용의 컨셉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춤과 음악에 소질이 있었다는 동생 네하는 "최근에 배운 장구춤이 요즘은 가장 좋다"고 수줍게 말했다.
네하와 새미가 한국무용에 매료된 데에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나타낼 수 있는 창의적인 표현의 창구이기 때문이다.
네하는 "외모가 완전히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아서 '너 되게 외국인처럼 생겼다', '한국-인도 혼혈이라고? 한번도 들어본 적 없어' 등의 코멘트를 많이 받았다"며 "상처가 됐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상처 되는 말들에 대한 두려움에 스스로 맞서고 싶었다"며 "한국 전통 무용을 추면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나의 뿌리와 문화, 정체성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미 역시 학교에서 "'네가 힌두어를 안다고?', '필리핀 사람인 줄 알았어' 등의 무례한 말들에 상처를 입은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인도인 아빠 산딥, 한국인 엄마 보라 이스라니씨는 "베이지역은 워낙 다양성이 존중되는 곳이어서 처음에 아이들 친구들이 오해하고 이런 말을 해도 이후엔 잘 어울리더라"며 "오히려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을 통해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바른 정체성을 함양하고 오히려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로 성장하는 데는 부모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수 불가결했을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부모로서 자녀 양육에 있어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냐는 질문에 부부는 '오픈 마인드'의 가정환경을 이야기했다.
산딥씨는 "아내와 나 역시 각기 다른 문화를 지녔지만 시댁과 친정 식구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해준 덕에 축복 속에 결혼할 수 있었다"며 "우리 가족은 한국, 인도, 중국(여동생의 파트너), 미국 할러데이를 전부 함께 기념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은 우리에겐 평범하지만 남들에겐 특별할 수 있는 날이었다"고 예를 들며 "토요일 아침 아이들이 한국학교를 다녀온 후 이웃집 '푸자' 인도 전통 의식에 가서 인도 음식을 먹고, 한국무용 클래스를 다녀온 후 딸은 수구 수업 후 미국식 저녁을 먹고 왔다"고 말했다. 즉, 이같이 다양한 문화적 노출이 자연스레 이뤄지므로 자녀들이 더욱 넓은 삶의 시각을 갖고, 어디를 가도 어울릴 수 있는 포용적인 사람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은 네하, 새미만 각별한 게 아니다. 실은 인도인인 산딥씨를 포함해 가족 전체가 한국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산딥씨 가족은 지난해 7월4일 알라메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 한복을 입고 참여하기도 했으며, 이스트베이와 실리콘밸리 한국문화축제에도 참여했다.
엄마 보라씨는 "특히 오클랜드에서 열린 이스트베이 한국문화 축제에서는 남녀노소 인종 상관없이 모두가 손잡고 둥글게 돌며 '강강술래'를 한 것이 아직도 생생하고 벅찬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남편 역시 한국 시민권을 따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한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특히 사우스베이 한인 행사에서 짐을 나를 때 등 힘쓰는 도움이 필요할 때 가서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하, 새미 남매는 베이지역 여러 한인 단체에서 주최하는 한국 역사, 문화 글짓기와 그림대회, UCC 공모전 등에도 적극 참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네하 양은 한 로컬 매체에서 주최한 아티클 어워드 대회에서 유관순을 주제로 글을 써 2등 했으며, 새미 군은 SF 한인박물관 UCC 대회에서 '김형제 상회와 한국인 이민'을 주제로 참여해 초등부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건강한 다문화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 가족의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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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