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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영웅’ 배정남, 준비된 41세

2023-01-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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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영웅’ 배정남, 준비된 41세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배우 배정남이 18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정성화 분)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사진제공=CJENM

"하면 다 되죠. 안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모델 겸 배우 배정남이 기존의 틀을 깼다. 영화 '영웅'을 통해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준비된 41세를 맞이했다는 그는 또 다른 시작점에 설 준비를 마쳤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배우 배정남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극 중 배정남은 독립군 최고 명사수 조도선 역을 맡아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으로 위험에 빠진 동지들을 구해주는 것은 물론, 극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특유의 유머와 깜짝 상의 탈의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등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와 웃음을 선사했다.

이날 배정남은 "처음에 윤제균 감독님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는데 부산 사람이기도 하고, 너무 편하더라. 처음에는 약간 무서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권위적인 모습이 전혀 없었고, 형님과 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처음 만나고, 한 달 뒤에 책을 준다길래 바로 뛰어갔다. '읽어보고 답 주세요'라고 하길래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명장과 영웅이 만나는데 한 신이라도 나오는 게 영광이었다.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후 집에 와서 책을 보는데 가슴이 뜨겁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또 처음보다 역할이 커지기도 해서 행복했다. 그동안 비슷비슷한 캐릭터만 들어왔는데 전 항상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넘나들지 고민이 있었다. '배정남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는 자연스러운 선을 만들어 준 게 윤제균 감독님이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정남은 "'영웅'을 통해 비로소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모델 때도 런웨이를 안 서면 모델이라고 생각 안 했다. 저도 처음 런웨이를 서고, 이제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배우 배정남이라고 하면 살짝 부끄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영웅'을 하면서 배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참 행복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영웅'은 배정남에게 큰 변화를 안겨줬다. 그는 "저에게 '영웅'의 영향이 컸다. 1950년대, 1960년대 태극기를 50장 정도 구했다. 모아놓으면 진짜 영향이 크다. 찍기 전에는 역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영웅'의 안중근을 통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 유튜브 영상도 보고, 이제는 책까지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봉창 의사는 물론 안규홍이라는 의병에 대해 알게 됐는데 너무 멋있다. 머슴 출신 의병대장인데 안중근 의사와 태어난 해와 돌아가신 해가 같다. 그렇게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한 분 한 분 알고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라며 "당시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피가 다르다. '역사를 잊은 자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맞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배정남은 윤제균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사실 감독님이 권위적이었다면 뭘 물어보지도 못했을 텐데 오히려 제 안에 뭔가를 끄집어내줬다.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해보자고 하고,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감독님이 직접 보여주니까 이해하기도 쉽고, 굉장히 섬세하다. 친구 같고, 동네 형 같다. 이런 스타일의 감독님은 처음 봤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화에서 총기 액션과 러시아어, 노래까지 소화한 배정남은 "감독님이 명사수고, 멋있게 나와야 한다고 하더라. 저도 하고 싶은데 멋있는 연기를 하는 게 좀 민망하기도 했다. 영화 '베를린'을 찍을 때 총을 많이 잡아봤지만, 이번에는 또 달라서 집에서도 자세나 눈빛을 연습했다"며 "오히려 이번에는 사투리를 걷어낼 수 있어서 좋았고, 외우니까 다 할 수 있더라. 그동안 그런 캐릭터가 안 들어와서 못 한 거다. 하면 다 한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렇듯 인터뷰 내내 '하면 된다'라고 강조한 배정남은 "제가 올해 41살인데 인생은 40세부터라고 하지 않냐. 저는 준비된 마흔이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기회를 못 잡는데 저는 20대를 빡세게 살았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고, 10대부터 30대까지 경험을 쌓아왔다. 해봤으니까 아는 거고, 안 해봤으면 이렇게 (자신 있게) 말 못 한다"며 "20대 때와 지금은 천지 차이다. 당시에는 너무 급하고 초조하고, 빨리 성공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너무 컸다. 어릴 때 부산에서 올라와서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일 하나 하려고 발버둥 쳤는데 20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여유가 생겼다. 욕심은 있되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1~2년 하고 그만둘 게 아니고, 길게 보고 가는 거다. 길게 가는 사람이 승자라고 생각하고, 이제라도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다. 그게 너무 행복하다. 뭔가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델에서 배우로 변신한 10년,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배정남은 "현장에서 많이 물어보는 스타일이다. 항상 신인이라고 생각한다. 모델계에서 경력에 상관없이 연기할 때는 '모르면 물어보자'라는 생각"이라며 "10년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게 너무 행복하다. 배우, 감독, 스태프들과 알게 된 게 재산이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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