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준 고려대 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최근 간이식 후 경과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간암(간세포암)은 국내 발병 7위 암이다. 하지만 간암 생존율은 최근 5년간(2015~2019년) 37.7%에 불과해 전체 암 생존율(70.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뜻이다. 암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로,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에서는 암 사망률 1위다.‘간암 수술 전문가’인 김완준 고려대 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가 증가할 때마다 간암에 걸릴 위험이 커지고, BMI가 31이 넘는 고도 비만이라면 간암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이라고 했다.
-간암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B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6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다. 다행히 최근 B형 간염 예방접종 확대와 위생 상태 호전으로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알코올성 간 질환과 비만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이 발생하면서 증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으로 인한 간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간암은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다. 간 기능이 70~80% 정도 파괴돼도 간 기능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간암 발생 위치ㆍ크기에 따라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되는 증상(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간암이 간문맥이나 간정맥을 침범하면 복수(腹水)가 차거나 간 기능이 떨어져 간성 혼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간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수술적 절제, 화학 색전 요법, 고주파 열 치료술 등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간암 진단이 이뤄지면 종양 크기와 위치ㆍ침범 정도ㆍ간 기능 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하게 된다. 간을 절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 기능이 나쁘다면 간이식으로 치료한다.
간은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해 복부의 다른 장기보다 수술 기법 발전이 더뎠다. 간암 수술은 현재 복강경으로 많이 진행되며, 로봇 수술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수술 시간이 다소 길지만 상처가 작고, 출혈, 합병증, 통증 등이 적어 회복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종양 크기가 크거나, 종양이 간의 큰 혈관을 침범하거나, 간 절제면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면 개복 수술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 장점과 함께 미세한 조작이 가능하고 확대된 시야를 바탕으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간암은 암에 잘 듣는 항암 물질을 개발하기 어려워 적절한 항암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 등이 개발돼 적극적인 간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항암 치료는 수술이나 색전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주로 이뤄진다.
-간이식은 최후 수단인가.
이전에는 간이식 권유를 받으면 간암 환자는 ‘내겐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것인가’ ‘내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가’라고 여겨 좌절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간이식을 받으면 암을 비롯해 간경변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최근에는 간암 치료에 간이식 적용 범위가 점점 넓혀지고 있다. 간암 환자의 80% 이상이 간경변이 동반돼 간암을 치료해도 재발 위험성이 높고, 후유증이 남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간암 환자에게는 간이식술을 시행하면 간절제술보다 재발률이 낮다는 보고가 나오고, 간이식 수술 경험이 축적되면서 간이식 후 사망이나 합병증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간암 환자의 간이식 가능 범위에 대해 계속 연구 중이고, 간이식 기준도 점점 넓어지면서 간이식을 통한 간암 치료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국내에는 뇌사자 간 기증이 그리 많지 않아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을 할 때가 많다. 기증자 선별ㆍ비용 등으로 인해 간이식이 진행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간암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이식이 간절제처럼 일부 환자에서 초기 치료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간암은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인가.
간암 자체는 초기에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간암 1기의 5년 생존율이 70%가 넘을 정도다. 하지만 간암 환자는 간경변을 동반할 때가 대부분이고, 간경변 정도에 따라 재발률도 다르기에 간암 병기(病期)만으로 재발률과 생존율을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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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