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록의 나라’ 조선을 펼치다

2022-11-02 (수) 조상인 미술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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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주년 특별전

▶ 국립중앙박물관, 297권 전체 첫 전시

‘기록의 나라’ 조선을 펼치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기록의 나라’ 조선을 펼치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다. 궁궐이나 종묘, 왕실 사당을 새로 짓거나 심지어 수리할 때도 세세한 내용을 모두 기록했다. 이렇게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가 끝난 후 그 전체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것을 ‘의궤(儀軌)’라 하고, 그 중에서도 공사나 수리에 관련된 것은 ‘영건(營建)의궤’라고 불렀다. 태조의 선조 신주를 봉안하던 종묘 뒤쪽 영녕전이 임진왜란 때 불타버리자 1667년 현종이 수리를 추진했다. 이 과정의 기록이 ‘영녕전수개도감의궤’인데, 공사를 시작한 배경부터 사용한 자재의 종류와 수량, 공사에 참여한 장인의 품삯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기술직 장인은 쌀 9말과 포 2필을 받았다.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와 의례의 내용을 상세히 만나고, 조선이 추구한 이상적 사회상을 엿보게 하는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가 11월 1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한다. 의궤는 왕이 읽는 ‘어람용’ 1권을 포함해 한번에 3부, 많게는 9부를 만들었고 국가 기록물을 모아두는 사고(史庫)에 보관했다. 궐내 규장각과는 별개로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보물처럼 관리했지만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의궤를 가져가 버렸다. 외규장각 도서들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중국 서적으로 분류된 채 잠들어 있다가 1978년 박병선(1928~2011) 박사에 의해 한국 유물이라는 것이 발견됐다. 박 박사의 고군분투에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까지 더해져 2011년 5월 외규장각 의궤 297권이 145년만에 고국에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0년간의 의궤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297권 전체를 보여주는 최초의 전시다.

전시장 입구에는 의궤 한 권 한 권을 보관하던 사고를 재현해뒀다. 기록물의 양이 얼마나 방대했는지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기록된 행사 성격에 따라 책의 두께도 천차만별인데, 장례와 관련된 기록이 유독 두툼하다. 1659년 현종이 즉위하던 해에 제작된 효종의 장례과정에 관한 의궤는 상·하 2권으로, 각 295장과 22장으로 제작됐다.

전시를 준비한 임혜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실록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 내용까지 상세하게 기록한 의궤는 결과보고서의 수준을 넘어 국가 주요 사업의 추진 원리와 지향점을 보여주는 국가 경영 지침서”라고 설명했다. 내년 3월19일까지.

<조상인 미술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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