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플레 속 물값도 치솟아… 상수도 원가 40% ↑

2022-10-25 (화) 12:00:00 이경운 기자
크게 작게

▶ 기록적 가뭄 여파에 급등

▶ 가주 가정 12% 수도료 체납, 재정난 주당국은 나몰라라

인플레 속 물값도 치솟아… 상수도 원가 40% ↑

남가주에 상수원을 공급하는 캘리포니아 애퀴덕트 수로의 모습. [로이터]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에서 물값도 급등하고 있다. 가뭄 등 여파에 관련 농업용수 등의 원가가 연초 대비 40% 상승했는데 비용 증가 탓에 수도 요금 체납에 빠진 가정이 10곳 중 1곳에 달하는 상황이다.

24일 LA타임스(LAT)에 따르면 가주의 4개 지하수와 1개 표층수의 거래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나스닥 베일스 캘리포니아 워터 인덱스가 최근 에이커피트당 1,028.8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무려 4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해당 지수는 주로 농업에 사용되는 물 가격을 반영한다.

가주에 사는 주민들이 지불하는 수도 요금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당국과 수자원 회사들이 관련 금액을 산정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이미 가격에 반영됐거나 향후 상승 요인이 될 것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가주 수도 원가가 급등한 것은 올해 유독 심각한 가뭄 탓이 크다. 가뭄으로 수자원 기관들의 관련 시설 투자와 보험 비용이 증가한데다 물 사용을 제한한 기간 동안 줄어든 수익 탓에 비용을 올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LAT와 인터뷰한 수자원 전문가인 데이빗 미첼은 “물 비용 상승에 기여하는 장단기 요인이 있는데 지금 단기 요인 탓이 크다”며 “가뭄 기간 줄어든 수익과 달리 고정 유지 비용은 계속 들기 때문에 수자원 회사들은 요금을 상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올라간 수도 요금을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가주수자원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주 전체 가정의 12%는 수도 요금 체납 상태로 해당 가구들이 지급하지 못한 비용은 평균 5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가구들의 총 부채는 무려 10억 달러에 달한다. LAT는 체납 상황에 처한 로사리오 로드리구와 인터뷰했는데 그녀는 “마시지도 못하는 물이 너무 비싸다”며 “수도 요금만 조금 더 쌌더라면 딸아이게 옷과 신발을 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수도 요금 급등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주 지역사회에 수도 요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SB222)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지만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 법안에 서명하면 지속적으로 기금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수자원이 필수재인 만큼 당국이 어떻게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AT와 인터뷰한 UCLA 러스킨혁신센터의 그레고리 피어스 소장은 “지금 주민들의 상황을 봤을 때 주정부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며 “채무를 지는 것을 각오하고 SB222를 통과시켰다면 관련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시작점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운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