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다다익선’
▶ 보수 마치고 4년만에 재가동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노후화 한 모니터 수리,교체 후 4년 만에 재가동한 15일, 점등 5분 후 쯤 3층 CRT모니터 1대가 꺼졌다. [사진=독자 제공]
2018년 전격 작동 중단 이후 보존·복원을 완료하고 15일 재가동을 시작한 백남준의 최대 규모 작품‘다다익선’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원형홀을 환히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첫 가동일로부터 정확히 34년 만이요, 불 꺼진 지 4년 만의 재가동이다.‘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이 남긴 최대 규모 작품인‘다다익선’이 15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재가동을 시작했다. 재가동 일정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제작된‘다다익선’의 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5일과 같은 날짜에 맞췄다. 마침 올해는 백남준 탄생 90주년의 해이다.
다만 이날 오후 3시 점등 5분 후쯤 3층의 브라운관(CRT) 모니터 1대가 꺼지는 등 문제가 노출됐다. 복원으로 의식은 돌아왔으나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로 비유된다.
10월 3일 개천절과 연관지어 CRT 모니터 1003대로 구성된 ‘다다익선’은 높이 18m, 지름 7.5m로 백남준의 작품 중 가장 크다. 철골구조에 6~25인치 모니터를 오층탑처럼 쌓아 올렸다. 모니터에서는 한국 전통문화와 동서양 건축물 등의 백남준 특유의 현란한 영상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모니터 수명이 정해져 있어 국립현대미술관이 2003년 모니터를 전면 교체하는 등 수리를 거듭했지만 노후화를 막을 수 없었다. 누전과 화재 등의 위험이 제기되자 2018년 2월 전면 가동을 중단했다. 단종된 브라운관 모니터가 아닌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로 교체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작품의 원본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백남준 작가 자신이 기술 발전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했던 생전 발언 및 예술관이 주요했다. 백남준은 작품의 내용을 중시했지, 이것을 구현하는 매체에 연연하지 않았다. CRT 모니터 수명은 약 8만 시간(10년)이기에 작품 노후화와 수리·복원 문제는 불가피하다. 백남준도 생전에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백남준은 자신이 만든 직립 로봇 ‘K-567’이 교통사고로 차에 치어 ‘죽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1995년 서울 박영덕화랑 앞에서 선보인 적도 있다. 열린 사고였고, 앞서갔다. 2003년 ‘다다익선’ 전면 수리 당시 미국에 있던 백남준은 모니터 교체 및 관리 등에 대해 다수의 작업을 함께 한 테크니션 이정성에게 “전권을 일임한다”는 각서를 써 팩스를 보냈다.
이후 2019년 9월, 미술관은 작품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불가피한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도입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3년에 걸쳐 보존·복원작업을 진행했다. 중고 모니터와 부품 등을 구해 모니터 737대를 수리·교체했다. 사용할 수 없게 된 모니터 266대는 외형을 유지한 채로 LCD패널 모니터를 설치했다. 냉각 설비 등 작품의 보존환경을 개선하고 영상 작품 8개를 디지털로 변환·복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다다익선’의 가동 시간을 주 4일(목~일요일), 하루 2시간(오후 2~4시)으로 정했다. 재가동을 기념해 다음 달 3일까지만 주 6일(화~일요일), 하루 2시간씩 가동한다.
이와 함께 작품 설치 배경부터 완공, 복원 과정의 아카이브 200여 점과 인터뷰로 구성된 기획전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이 내년 2월 26일까지 열린다. 어릴 적 고국을 떠나 수십 년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활동한 백남준이 1984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가족들과 함께 산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다익선’의 구조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원, 모니터 배치부터 소프트웨어 연결 등을 주도한 백남준 작품 테크니션 이정성, 뉴욕에서 영상을 직접 제작한 폴 개린 등의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