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부키배우를 주인공으로 배신과 보복의 명작 멜로드라마

2022-09-16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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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배우의 복수’(An Actor’s Revenge) ★★★★1/2 (5개 만점)

가부키배우를 주인공으로 배신과 보복의 명작 멜로드라마

여장 차림의 유키노조가 무대에서 가부키 공연을 하고 있다.

전후 일본 영화계의 거장 중 하나로 생애 총 68편의 영화를 만든 곤 이치가와의 1963년 작으로 가부키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배신과 보복의 명작 멜로드라마이다. 무대극을 보는 것 같은 영화로 색채와 안무와 세트 그리고 촬영과 재즈풍의 음악과 연기가 다 출중하다. 각본은 이치가와 영화의 각본을 여러 편 쓴 이치가와의 아내 나토 와다가 썼는데 이 영화는 1935년에 만든 동명영화의 신판이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온 카주오 하세가와는 두 영화에 모두 주연했다. 예술과 실제 삶의 교직을 탐구한 과감하고 시각적으로 눈부신 영화다.

19세기. 유키타로는 7세 때 부모가 탐욕스런 세 명의 상인들로 인해 자살하는 비극을 맞는다. 그를 입양한 사람이 오사카의 가부키 배우 매니저인 기쿠노조 나카무라. 그의 밑에서 성장한 유키타로는 가부키 배우인 오나가타가 된다. 예명은 유키노조. 오나가타는 여자 역을 하는 남자배우를 일컫는 말로 이들은 실제 생활에서도 여자 옷을 입고 여자의 어투와 태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산다.

여러 해 후 수퍼스타가 된 유키노조는 극단을 이끌고 에도로 온다. 에도에는 그의 원수들인 세 상인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유키노조는 이들에 대한 치밀한 복수 계획을 짠다. 결국 세 명의 상인들은 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유키노조는 원수 중 한 사람의 딸의 사랑마저 받게 된다.


그리고 유키노조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깊은 회한을 느끼고 무대를 떠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영화는 의적 스타일의 산적 야미타로(하세가와)에 의해 냉철하게 관찰되면서 그의 냉소적인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연극과 영화를 혼성한 듯한 작품으로 검소한 세트에서 연출되는 가부키의 내용을 포착한 촬영이 보기 좋은데 토실토실 살이 찐 하세가와가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연기를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만화영화로 시작해 디즈니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이치가와는 일본 전후의 사회문제 노출을 과감히 시도한 사회의식이 강한 감독으로 아키라 쿠로사와에 비견할만한 장인이었다. 그는 예술영화뿐 아니라 사무라이영화, 멜로드라마, 풍자 코미디, 기록영화 및 미스터리 등 전 장르의 감독이었다. 그의 대표작들로는 걸작 반전영화 ‘버마의 하프’와 ‘들불’ 그리고 ‘마키오카 자매들’과 기록영화 ‘도쿄 올림피아’등이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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