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오영수·박해수·정호연 연기상 후보…”남우주·조연상 유력”
▶ 게스트상 이유미 이어 연기상 추가 주목…이정재·정호연 시상자로도 활약
(왼쪽부터) 이정재·오영수·정호연·박해수 [각 소속사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배우 4명이 한국인 최초로 미국 최고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주·조연 연기상에 도전한다.
12일 열리는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이정재, 오영수, 박해수, 정호연은 연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트 등에 따르면 이정재가 남우주연상, 오영수가 남우조연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남우주연상의 또 다른 후보 박해수, 여우조연상 후보 정호연도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수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에미상에서 한국 배우가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다. 한국계 캐나다인 샌드라 오가 13차례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주·조연상은 아니지만 앞서 현지시간 4일 열린 크리에이트 아츠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이유미가 게스트상을 타며 올해 에미상 시상식의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 상은 드라마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급 역할을 한 배우에게 주는 상이다.
◇ 미국 시상식 휩쓴 이정재…남우주연상 예측 1위
이정재는 사채업자들에 쫓기다 생존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 성기훈 역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을 비롯해 브라이언 콕스(석세션), 아담 스콧(세브란스: 단절), 제이슨 베이트만(오자크), 밥 오든커크(베터 콜 사울) 등과 경쟁한다.
그동안 '폼 나는' 배역으로 국내에서 안방과 스크린을 사로잡았던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에서 지질한 중년 남성으로 분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후줄근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달고나를 정신없이 핥아대는 모습은 기훈의 절박한 처지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미국배우조합상, 스피릿어워즈, 크리틱스초이스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이번에도 유력한 후보로 점쳐진다. 에미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도전하는 '오징어 게임'의 주역인 만큼 올해는 시상자로 나서기도 한다.
이유미 여우단역상(게스트상) 수상을 예측했던 할리우드 리포트는 이정재를 남우주연상 수상 후보 1순위로 꼽았다.
◇ 대학로 원로배우의 힘…오영수 남우조연상 후보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안은 대학로 원로배우 오영수는 에미상에서도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함께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박해수를 비롯해 키에라 컬킨(석세션), 니콜라스 브라운(석세션), 빌리 크루덥(더 모닝쇼), 매슈 맥퍼디언(석세션), 존 터투로(세브란스: 단절), 크리스토퍼 월켄(세브란스: 단절) 등과 겨룬다.
극 중 참가번호 1번, 뇌종양을 앓는 오일남으로 등장한 오영수는 마냥 신난 모습으로 게임을 즐기다가도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려 들자 "그만하라"고 절규하며 깊은 울림을 줬고, 마지막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한 작품 안에서 해맑은 아이 같다가도 연륜이 묻어나는 노인으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오영수는 반세기 넘게 연극무대를 지켜온 대학로 터줏대감이다.
1963년 친구를 따라 극단 광장 단원에 들어가면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뒤로하고 대학로 무대로 돌아가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로 분했고, 내달 6일 개막하는 연극 '러브레터'에서는 배우 박정자와 로맨스 호흡을 맞춘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남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로 오영수를 꼽았다.
◇ '넷플릭스 아들' 박해수, 오영수와 나란히 남우조연상 후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에 출연하며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해수도 오영수와 함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에서 박해수는 투자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진 후 재기를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엘리트 조상우 역을 맡았다.
조상우는 영리하게 게임을 이끌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로, 박해수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절박함 속에서 남아있는 일말의 인간성으로 고민하는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징어 게임'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에미상에서 후보로 오른 14개 부문 중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는 박해수 배우의 남우조연상 후보 지명"이라며 "이렇게 명망 있는 시상식이 그의 대단한 실력을 알아봐 줘서 행복했다"고 밝혔다.
◇ 데뷔작으로 월드스타 등극…정호연, 여우조연상 후보
모델 출신 정호연은 배우로 데뷔한 첫 작품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정호연의 경쟁자는 줄리아 가너(오자크), 패트리샤 아퀘트(세브란스: 단절), 크리스티나 리치(옐로우 재킷), 레아 시혼(베터 콜 사울), J. 스미스 캐머런(석세션), 사라 스누크(석세션), 시드니 스위니(유포리아) 등이다.
정호연은 북에 남아 있는 어머니를 남한으로 데려오려다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한 뒤 목숨을 건 게임에 참가하게 된 새터민 강새벽을 연기했다.
새벽은 초반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점차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는 인물로, 정호연의 신비로운 마스크와 독특한 목소리 톤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월 열린 미배우조합상(SAG)에서 여우주연상을, 3월 크리틱스초이스 슈퍼 어워즈에서는 액션 시리즈 부문 여자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에미상에서는 레아 시혼 등이 워낙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다 보니 수상 가능성이 작다고 점쳐지지만, 이번 에미상 시상식에서 이정재와 함께 시상자로 나서는 등 주목을 끌고 있다.
정호연은 미국 대형 연예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아티스트에이전시(CAA)와 전속 계약을 맺고 해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