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 600달러 더 내라니”… 렌트비 급등 세입자들 ‘멘붕’

2022-08-10 (수) 12:00:00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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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기 LA 카운티 렌트비 전분기보다 14.1%↑

▶ OC 18.5%·인랜드 16.4% 등 두 자리수 폭등, 주택 수요 렌트로 몰려… 공실률도 최저 수준

“월 600달러 더 내라니”… 렌트비 급등 세입자들 ‘멘붕’

아파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렌트비가 급등하고 공실률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빈 유닛 없음’ 사인이 붙은 LA 한인타운 아파트의 모습. [박상혁 기자]

LA에서 2베드룸·2배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아파트 출입문에 붙은 렌트비 인상 고지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현재 월 2,589달러씩 내던 렌트비를 재계약 기간이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월 3,208달러로 인상해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무려 월 619달러(24%)나 올리는 인상률이다.

이씨는 “지난해에는 100달러만 올려 쉽게 재계약을 했는데 올해는 너무 올라 믿기지 않는다”며 “매니지먼트에 인상 이유를 물어도 뾰족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1년 재계약이 아닌 먼스 투 먼스 월 단위 계약을 할 경우 월 8,000달러라는 터무니 없는 액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빈 방이 없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인상된 렌트비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LA 지역의 렌트비 급등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 2분기 LA지역 렌트비가 두 자리수로 뛰어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높은 주택 가격에 주택 구매를 포기한 젊은층들이 대거 렌트 시장으로 몰린 데다 퇴거유예조치와 지원금 등 정부 지원책이 더해지면서 렌트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주택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줄고 대신 렌트 시장으로 수요자들이 몰리자 렌트비가 급등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9일 무디스 애널리틱스-라이스, 리얼페이지, 코스타 등의 자료를 종합한 남가주 뉴스그룹(SCNG)에 따르면 지난 2분기 LA 카운티 내 빈 아파트의 평균 렌트비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1% 인상된 2,407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07달러의 렌트비는 LA 카운티 사상 최고치다. 1년 전에 비해 세입자의 부담은 월 300달러가 더 늘어난 셈이다.

아파트 렌트비의 급등세는 비단 LA 카운티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오렌지카운티의 지난 2분기 평균 렌트비는 2,570달러로 전년에 비해 18.5%나 상승했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로 월 400달러의 렌트비 추가 부담은 온전히 세입자의 몫이다.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내 아파트 평균 렌트비는 지난 2분기 2,002달러로 1년 사이에 16.4%나 올랐다.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에서 렌트비가 2,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A 카운티 지역을 포함해 남가주 전역에서 아파트 렌트비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렌트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주 정부와 시 정부가 아파트 렌트비 미납에 따른 세입자 퇴거유예조치와 렌트비 지원책 등 세입자 보호 조치로 렌트 수요 이탈이 적은 데다 높은 주택 가격으로 인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렌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더해지면서 렌트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아파트 공실률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지난 2분기 LA 카운티의 아파트 공실률은 3.2%였고, 오렌지카운티의 공실률은 2.5%,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은 2.7%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공실률이 소폭 상승했지만 팬데믹 이전 평균 공실률이 4~5%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의 공실률이다.

리얼페이지 칼 휘태커 리서치 디렉터는 “2021년부터 렌트 수요가 급증해 오고 있다”며 “신규 주택 공급 부족과 함께 렌트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아파트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단독주택에 렌트 수요도 동반 상승해 지난 5월 LA 카운티의 단독주택 렌트비 역시 10.9% 상승해 전월인 4월과 같은 인상률을 보이면서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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