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온전한 제빛 돌이켜 봄세”
2022-08-04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오늘이 ‘칠석(七夕)’이군요! 음력 칠월의 추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흔히 팔월의 추석을 “중추절(仲秋節)” 즉, ‘한가을’ 또는 “한가위” 라며 가을의 중간임을 가리키니, 지금은 맹추절(孟秋節) 즉, 첫가을/초가을 철이 왔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 북반구 위도에 맞추어 한 철을 3개월(孟仲季)로 잡아 춘하추동 4계절에 고르게 안배한 방식이지요. 이곳 미국에서는 현실적 또는 실용주의적인 시각과 잣대로서 피부로 느끼는 기온에 따라 ‘추분(秋分)’부터 가을의 시작으로 치지만, 한국은 지구의 공전과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을 계산해서 잡은 줄 압니다. 이는 해/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夏至)를 한국에서는 여름의 지극으로 보지만, 미국에서는 여름의 시작으로 보는 식이지요. 현실적으로는 지구의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며,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있는 상황. 아무튼 한국달력은 글피(7/7)를 입추(立秋) 즉 가을이 시작됨을 알려주며, 선인들의 안목을 보여줍니다. 그 뒤로 한 보름 지나면 처서(處暑)로서 더위가 제대로 물러가는 시절임을 가리키지요. 이제 몸으로 느끼는 가을과 아울러 정신으로 깨닫는 가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가을은 동양전통사상으로는 무도한 행업을 다스리고 올바른 결과를 맺으며, 원칙과 기강을 세우고 잘못을 바로잡는 기능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역사적 판단의식과 법률 및 형벌을 통해 권선징악 즉, 착하게 살기를 권하고 악하게 살면 징치 처벌됨을 미리 경고해 온줄 압니다. 이제 여름 동안 느슨하게 늘어지고 게을러진 살림살이를 추슬러서 챙기고,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그 자세를 가다듬어 성숙과 안정을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이무렵 더위에 지치고 쇠약해진 심신을 보살피고, 들떴던 번뇌와 망상을 퇴치하며 안일했던 생활 태도를 온전하게 바꾸는 계기를 가져 볼만 합니다. 앞으로 한 달 남짓 여유를 갖고, 차분히 금년 계획의 중반에 선 과정과 전망을 되살펴 보며, 적당히 수정과 보완을 시도하면서.
칠석은 우화처럼, 밭 갈며 일하는 견우와 집에서 베 짜는 직녀 즉, 먹거리 만드는 근로남과 입을거 만드는 근로녀의 부지런한 삶과 인간적 낭만을 소개하는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전합니다. 일반인들의 생활 정서와 애환을 공감하게 하지요. 이른바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며, 일에만 치중하던 태도를 바꾸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여, 사랑과 우정 및 취미와 여가활동 등 각종 문화생활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요즈음 독신 개인생활 풍조로 “혼밥”과 “혼술” 등 홀로 지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벗과 사귀며 이웃을 배려하는 공동체생활의 장점도 되새겨 볼만 합니다. 어떤 시민단체에서는 칠석날을 짝을 찾게 만들어 주는 ‘청춘남녀 만남의 날’로 삼아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네요. 은하수에 오작교 놓듯이, 젊은이들에게 어떤 환경 조건적 장애를 넘게 하고자 도와주는 박애 봉사정신과 사회적 노력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근현대의 한국인들은 8월을 생각한다면, 광복절을 기념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빛을 회복한다는 뜻의 이날에, 그 빛은 77년전 국권 주권 인권 자유 평등 행복 등을 상징하며,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잃었던 것 되찾음을 기렸지요. 그러나 이제는 (누구/무엇) ‘으로부터(from)’ 되찾은 자유(Liberty)라는 식의 소극성을 넘어, (무엇) ‘을 위하여(for)’ 자유 (Freedom)를 실현하는 식의 적극성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민족독립운동에 헌신 희생하신 선조들을 기리고 감사하며, 아울러 미래의 바람직한 국가건설에 이바지하려는 진취적 자세가 요청됩니다. 불교인들도 이즈음 우란분절(백중)에 조상의 은혜를 새기며 천도함에 머물지 말고, 스승의 은혜도 감사할 줄 알며 후손들과 다음세대를 위한 준비와 노력의 기회로 삼아야겠지요. 수행자들에게는 생일과 같은 하안거 백중에, 독자 분들도 나름 내공을 쌓고 탁마하는 보람과 만행 회향하는 즐거움이 누려지기를 바랍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