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을 불가능한 급성 뇌경색 환자의 후유증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했다. 방재승ㆍ이시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이 혈관 내 혈전제거술이 불가능한 급성 뇌경색 환자에게 응급 뇌혈관문합술(吻合術ㆍ연결술)을 시행한 결과다.
급성 뇌경색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혈류 공급이 줄어들어 뇌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발음 장애, 한쪽 팔다리 힘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 골든타임(4시간 30분) 이내에 시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지 않으면 상당한 후유 장애가 남게 된다.
따라서 급성 뇌경색 치료는 막힌 뇌혈관을 신속히 열어줘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뇌 기능을 최대한 보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최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급성 뇌경색은 골든타임 내에 혈관 내 혈전제거술(허벅지 쪽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집어넣어 뇌혈관 속 혈전을 직접 빼내는 시술)을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골든타임이 지났거나 △막힌 혈관 위치 또는 형태로 인해 혈전제거술이 어렵거나 △혈전제거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면 항혈소판제(혈전 생성의 첫 번째 단계에서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막아 혈전 생성을 억제함,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실로스타졸 등) 등 약물을 투여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것 외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이런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연구팀이 시술이 불가능한 급성 뇌경색 환자에게 뇌혈관문합술을 시행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뇌혈관문합술은 뇌 바깥쪽 혈관과 안쪽 혈관을 이어 혈류량을 늘리는 수술로, 주로 모야모야병 등 뇌경색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적으로 시행해왔다.
그동안 뇌혈관문합술이 급성 뇌경색 치료에 도움 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그 효과와 안전성이 밝혀지지 않아 일부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2006~2020년 급성 뇌경색으로 응급 뇌혈관문합술을 받은 환자 중 수술 전후 뇌혈관류 컴퓨터단층촬영(CT) 시행 및 장기간 임상 관찰 여부 등을 철저히 고려해 41명을 선별하고, △수술 전 △직후 △6개월 후의 뇌혈관류 CT 영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응급 뇌혈관문합술 효과성을 규명했다.
그 결과, 정상보다 혈류 공급이 10초, 8초, 6초, 4초 이상 느려진 부위의 부피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감소해 대부분의 환자들의 뇌혈관류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경색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인 ‘6초 이상 관류가 지연된 부위의 부피’ 중간 값은 수술 전 78mL에서 수술 직후 23mL, 수술 6개월 후에는 5mL까지 더 큰 폭으로 작아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응급 뇌혈관문합술 후 부작용도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응급 뇌혈관문합술 실시 전과 마지막 추적 검사(수술 11.7개월 후)의 장애 예후 평가 지표(mRS)를 비교했을 때 좋은 예후를 나타내는 2점 이하 비율이 42.9%p 증가해 장기적으로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급성 뇌경색에 대한 응급 뇌혈관문합술의 임상적 효과를 영상학적 근거를 분석해 증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교신 저자인 방재승 교수는 “기존에는 혈관 내 혈전제거술이 불가능한 급성 뇌경색 환자들에겐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보조적인 치료만 가능했다”며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별된 환자에 한해 응급 뇌혈관문합술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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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