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울창한 송림 속 속계를 벗어나는 특별함

2022-07-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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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Anderson Peak(10,840’)

울창한 송림 속 속계를 벗어나는 특별함
울창한 송림 속 속계를 벗어나는 특별함


울창한 송림 속 속계를 벗어나는 특별함


울창한 송림 속 속계를 벗어나는 특별함


Big Bear지역이라고 통칭하는 San Bernardino산맥의 San Gorgonio Wilderness로 등산을 가는 경우에는 주로 이곳의 주봉이자 남가주의 최고봉인 Mt. San Gorgonio(11503’)나 혹은 San Bernardino Peak(10649’)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웬만한 등산동호인들은 이 산들을 여러번씩 등정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San Gorgonio Wilderness에는 10000’가 넘는 고봉들만도 17개에 이르는 것으로 아는데, 너무 주봉 중심으로만 등산을 하는 경향이 있어 다양성의 결여라는 아쉬움이 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개의 산이나 코스들은 제 각각의 아름다운 특징이 있는 것이니 만큼, 주봉이 아닌 주변의 다른 봉우리들이나 혹은 덜 알려진 산들이라고 해도 나름대로 잘 준비를 하여 올라가보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고 본다. 각각의 산들을 다양한 양태의 꽃들에 비유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장미가 아름답지만 노란 국화도 아름답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도 사랑스럽지만 땅에 딱 달라붙어 피어나는 채송화도 사랑스럽다. 어느 꽃 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듯 어느 산 하나 멋지지 않은 산이 없는데, 그 산이 아니고는 또 그 트레일이나 그 정상이 아니고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경개나 전망을 볼 수 있는 점도 소중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을 포함하여 세상만물 삼라만상이 다 그렇게 우열이나 차별없이 아름답고 소중할 것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한인등산인들이 많이 찾는 산은 아니라고 하겠으나, San Bernardino Ridge에 있는 10000’를 넘는 고봉중의 하나인 Anderson Peak(10840’)을 찾아 간다. 이 산을 오르기 위해서 보통은 Forsee Creek Trailhead(6720’)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오르는 과정에서 보는 전망도 대단히 아름답다. 또한 고도 9500’에 이르면서 펼쳐지는 울창한 송림은 가히 속계를 벗어나는 특별함이 있다. 더구나 고도 10000’를 초과하는 San Bernardino Ridge에 올라선 곳에서의 Lodgepole Pine들은 그 싱그러운 방향은 물론, 그 고고하고도 우아한 도골선풍의 자태로 하여, 경탄과 흠모의 정을 물씬 물씬 일으킨다.

이 산의 이름은 1920년대에 Mt. San Gorgonio주변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이 지역의 Camp Radford에 머무르던 지형조사원 Don McLain이, Barton Flats Ranger Station의 District Ranger였던 Lew Anderson의 이름을 이 산에 헌정한 것이라 한다. 왕복 14마일에 순등반고도는 4220’로 왕복 10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가는 길

Freeway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서 SR-38의 출구인 Orange Street으로 나온다. 출구로 나와 직진으로 1블럭을 더 지나면 Orange Street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69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좌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가 나오는데 SR-38이 되는 길이다. 우회전하여 8마일을 가면 오른쪽 길변에 입산허가를 받는 곳인 Millcreek Ranger Station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때로 Anderson Peak의 산행을 위해서 따로 입산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매번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권한다. 여기서 계속 SR-38을 따라 직진으로 18마일을 더 가면 Jenks Lake Road가 오른쪽으로 있다. 우회전하여 이 길을 따라 0.3마일을 가면 길이 갈라지면서 ‘Forsee Creek Trail’이란 표지가 있다. 우측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길이 다시 나뉜다. 왼쪽의 다소 거친 비포장도로로 0.5마일을 나아가면 넓은 주차공간이 있다. Ground Clearance가 높은 차를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화장실은 없으며, ‘Forsee Creek Trail’의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91마일을 온 곳이다.

등산코스

주차장의 고도가 이미 6720’(=2046m)인 고지이므로 대기가 청량하고 큰 소나무들도 우뚝 우뚝 솟아있다. 등산로는 처음에는 꽤 급하게 남쪽으로 오르는 형세로 시작되는데, 가다보면 좌측으로도 굽고 우측으로도 길게 굽어지며 나아가지만, 전체적인 등산로의 큰 방향은 남쪽으로 올라가는 모양이다. 약 0.3마일지점에는 ‘San Gorgonio Wilderness’임을 알리는 산림청의 세련된 안내판이 있다. 0.45마일쯤의 지점에는 갈림길(7000’)이 나오고 안내표지가 있다. 우리는 ‘Jackstraw Springs’를 가리키는 길로 직진한다.

(우측은 ‘Johns Meadow’에 이르는 등산길인데, 이를 좀 부연한다. 2.5마일을 들어가면 Forsee Creek을 끼고 있는 널찍하고도 시원한 Campsite인 Johns Meadow에 이르게 되는데, 그다지 힘들지 않은 편안한 산행을 원하는 분이라면 기꺼이 추천할만한 곳이다.

힘든 산행을 원하는 분이라면, 이 Johns Meadow Campsite에서 서남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약 2마일을 가서 Angelus Oak에서 올라오는 San Bernardino Trail의 Manzanita Springs Junction을 만나, 이 길을 따라 San Bernardino Peak(10649’)과 San Bernardino East Peak(10691’)에 오른 다음, Anderson Peak에 올랐다가 Trail Fork Springs(9250’)를 경유하여 Forsee Creek Trail로 하산하는 Loop형 산행을 추천할 수 있겠는데, 총 19마일이 되는 아주 짱짱한 코스가 된다.)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하게 소나무와 전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찬 숲속을 관통하며 이어지는데, 계절에 따라서는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길섶에 무리지어 듬뿍 피어있는 하얗고 연분홍인 꽃이라면 아마도 Grinnell’s Beardtongue(=Penstemon Grinnellii)일 것이다.

2.5마일쯤이면 서쪽으로 멀리 Mt. Baldy(10064’)와 그 주변 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3.2마일쯤의 지점은 습기가 많은 지역으로, 작지만 윤택한 초원의 모습을 띄고 있다. 고사리들이 크게 번성하여 밭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Indian Paintbrush와 Columbine, Black Strawberry들이 드문 드문 섞여있다.

3.9마일 무렵(9000’)엔 동북쪽으로 전망이 탁 드러나는 Sugarloaf Mountain(9952’)의 빼어난 자태가 참으로 선연하다. 이제 숲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종은 단연 아름다운 여인이나 고고한 신선을 연상시키는 Lodgepole Pine들 일색이다. 같은 Lodgepole Pine이라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그 수형이 달라지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뭐랄까 전반적으로 몸통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굵어지고, 가지는 성기어지고 짧아지면서 주로 상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결국 깔끔하고 단아한 느낌을 받게 되니, 자연스레 단정한 여인이나 범속치 않은 신선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4.3마일에는 한 소나무 몸에 2개의 작은 표지판이 붙어있다. 오른쪽은 0.1마일 거리에 맑은 물이 흐르는 Jackstraw Springs로, 직진은 Trail Fork Springs로 가는 길임을 알린다. 우린 직진한다.

5.8마일에 이르르면 왼쪽으로 시야가 열리면서 Big Bear Lake의 푸른 물이 한줄기 띠처럼 가느다랗게 눈에 들어온다. 대략 10150’가 되는 고도이다. 6.1마일에 이르면 왼쪽의 나무에 Trail Fork Springs Camp라는 표지가 달려있다. Backpacking을 하는 등산인들이 야영을 하는 곳이다. 우리는 그냥 지나쳐 오른쪽의 트레일을 따라간다.

다시 소나무 몸통에 부착된 자그마한 길 안내판 3개가 부착되어 있는 곳이 바로 나온다. 6.2마일이고 10400’의 고도가 되는 곳이다. 좌측은 Dollar Lake Saddle, 우측은 Camp Anderson, 우리가 지나온 쪽은 Jackstraw Springs로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데, 이 안내목 우측 바로 아래에 있는 푸르른 버드나무덤불 안에 Trail Fork Springs가 있다. 맑은 물 한줄기가 사람이 묻어놓은 대롱을 통해 떨어지고 있다. 아주 작은 줄기의 가느다란 물이지만, 목이 마른 등산객이나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게는 귀한 생명수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걸음을 다시 왼쪽의 Dollar Lake Saddle 방향으로 옮긴다. 아무런 표지없이 빈 나무말뚝이 있고 좌우로 등산로가 지나는 곳(10614’; 6.6마일 지점)에 도달한다. San Bernardino Ridge를 동서로 관통하는 San Bernardino Peak Trail로서 오른쪽은 Anderson Peak, 왼쪽은 Shields Peak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범상치 않은 Lodgepole Pine들의 격조로 하여, ‘별유천지비인간’의 경지란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싶은 경외감마저 일어나는 고산지대이다.

서쪽인 우측 길을 따라간다. 해발고도 10600’내외에 이르는 지점이지만 지극히 평탄하고 평온한 지세를 보여준다. 특히 9000’ 이상의 고도에서 자생하는 수종인 Lodgepole Pine 숲속으로 뻗어있는 등산로는 누구라도 감탄을 금치 못할만큼 특이하고 아름다운데, 시원한 바람결에 밀려드는 솔향이 너무나 향긋하다. 수목의 성장한계고도의 안팍에서 결코 쉽지 않게 자라났을 한 그루 한 그루의 굵직한 소나무들이 제 각기 개성있는 모습들을 하고 있다.

6.9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멀지않은 거리에 Anderson Peak의 둥그스럼한 정상부위가 눈에 들어온다. 이 지점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벗어나 왼쪽의 완만한 Anderson Peak을 향하여 다가간다. 정상은 그리 크지 않은 바위들이 소나무들 사이에 봉긋하게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7.0마일지점(10840’)이다.

10600’가 넘는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는 이 San Bernardino Ridge에서의 최고봉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질박한 정경의 정상이다. 주위가 비교적 평탄하여 이렇다할 감동을 줄만한 전망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래도 바위위에 올라서면, 동쪽에서 환한 빛을 발하는 남가주의 최고봉 Mt. San Gorgonio(11503’)의 군계일학의 걸출한 웅자를 대하는 경이감과 성취감을 맛 볼 수 있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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