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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와 유머감각

2022-06-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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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너무 오래 사는 건 싫다”는 사람들도 내심을 짚어보면 장수가 싫은 게 아니다. 심신이 병들어 고통스런 상태로 혹은 인지능력도 없는 상태로 마냥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장수는 상대적이어서 과거에는 환갑만 넘어도 장수였다. 60세가 되면 ‘환갑노인’이라며 사회적 존경을 받았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지금은 적어도 90살은 넘어야 장수 대열에 낄 수 있다. 지난 1월과 2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거의 7명은 100살까지 살고 싶어 한다. 100살이 도달 가능한 나이로 정착하고 있다.

문제는 건강이다. 나이가 많아지면 이런 저런 지병이 찾아드는 건 불가피한 일.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88%는 한 가지 이상의 지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 12년 혹은 그 이상을 육체적 질병이나 인지기능장애 속에 사는 것이 노년층의 평균적 모습이다.


장수와 건강, 두 가지를 모두 얻으려면 규칙적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은 기본. 흡연이나 과음 등 건강에 나쁜 습관들 역시 하루 빨리 끊는 것이 필수다. 아울러 나이 들수록 심신의 상태를 스스로 살피는 습관을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노년의 최대 악몽인 치매를 조기 진단하려면 본인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조기 진단이 보다 나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치매의 초기 징후들을 알아두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치매의 대표적 초기 증상은 갑작스런 기억력 감퇴. “자동차 열쇠를 어디 두었지?” “아차, 점심약속이 오늘이었네” 등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건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원래 건망증이 심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소 기억력이 좋았는데 갑자기 눈에 띄게 기억력이 떨어진다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주치의와 상의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대개 그 다음 나타나는 증상은 혼동. 65세 이상이 되면 인식능력이 떨어지면서 뭔가를 자꾸 혼동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혼동 역시 치매의 초기 증상 중 하나이다. 사태를 혼동하는 일들이 너무 자주 반복된다 싶으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아울러 치매 위험증상으로 꼽히는 것은 수면 장애. 수면 장애는 치매와 대단히 연관성이 높다. 많은 치매 환자들이 치매로 진단받기 수년 전부터 수면 장애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들이 있다. 수면 장애는 파킨슨병과도 연관이 있다. 파킨슨 환자들 중 상당수가 오랜 세월 밤에 잠을 못자서 고생했다고 토로한다.

기억력 감퇴, 혼동, 수면 장애에 이어 나타나는 증상은 망상. 실재하지 않는 뭔가를 보는 것이다. 이쯤 되면 심각하다. 시각적 환각증상이 나타나서 겁에 질려 잠을 못자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일들이 생긴다면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 상당히 심각한 일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운 증상이 있다. 유머감각 상실이다. 남들은 모두 와 하고 웃는 데 “뭐가 우습지?” 하며 혼자 가만있다면 문제일 수 있다. 농담을 이해하는 능력 상실 역시 치매의 초기 증상에 속한다.

너도 나도 100세를 살고 싶어 하는 시대이다. 앞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은퇴 후 29년 더 사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했다. 은퇴생활 30년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30년 버틸 돈과 건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설사 은퇴자금이 넘친다 해도 치매에 걸리면 인생은 끝이다. 건망증이 심해지지는 않는지, 잠은 잘 자는지, 유머감각은 살아있는지 스스로를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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