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허리와 엉덩이가 아프고 다리 저림까지 생기면 대부분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이나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엉덩이 쪽에 통증이 있고 앉거나 계단을 오를 때, 쪼그리고 앉았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면 ‘이상근 증후군(piriformis muscle syndrome)’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엉덩이관절 통증과 함께 허리와 사타구니, 항문 주변, 허벅지 뒤쪽, 다리, 발 등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좌골신경 마비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상근 증후군은 이상근(梨狀筋ㆍ근육 모양이 서양 배를 닮아 이같이 명명됐다)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비대해지면서 좌골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이상근은 엉덩이 뒤쪽에서 골반과 대퇴골에 걸쳐 분포하는 근육을 말하는데, 엉덩이관절을 고정하는 근육이고 회전을 맡는다. 척추나 골반이 틀어져 있으면 과도하게 긴장되기 쉬운 근육이다.
특히 척추나 골반이 틀어져 있으면 이상근 기능에 문제가 생길 때가 많다. 좌골신경통은 허리 디스크의 가장 흔한 원인 중에 하나다.
박중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따라서 허리 통증과 좌골신경통이 동반되면 이상근 증후군이 원인일 가능성이 0.5~6% 정도”라며 “진단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병명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이상근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엉덩방아를 찧는 등 외상, 이상근 경직과 주변 조직의 부종 등을 조심해야 한다. 잘못된 자세ㆍ습관도 이상근을 자극할 수 있다.
이동찬 목동힘찬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다니거나, 앉고 서기를 반복하거나, 장시간 앉아 일하거나 운전하거나,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로 골반을 압박하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등도 이상근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했다.
이상근 증후군을 진단하려면 경험 있는 의사의 진찰과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디스크 병변을 감별하기 위해 허리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는 것이 좋다. 이상근의 비후(肥厚), 좌골신경 부종, 골반 내부 병변 여부를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골반 MRI 촬영도 시행할 수 있다. 근전도 검사도 흔히 시행되는데, 통상적인 검사 기법으로 이상근 증후군을 알아내지 못할 때 많이 사용한다.
이상근 증후군 치료는 보존적 방법이 주로 쓰이고,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신경병성 약물 등으로 증상에 대해 약물 요법이 가능하며, 물리 치료를 같이 시행할 수 있다.
단순 열 전기 치료(열과 전기를 인체에 적용해 치료) 외에 이상근 스트레칭 등이 중요한 치료법이다.
이상근 증후군은 주사 요법이 진단과 치료에 흔히 시행된다. 초음파검사로 이상근 위치를 확인해 국소 마취제ㆍ스테로이드 등을 주입하며, 근육 내 전기 자극 요법으로 근육을 이완한다. 이상근 비후(肥厚)가 확인되면 보튤리눔 독소를 이용한 주사 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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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