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차원 음악활동 잠정중단 파장… “팀 해체 아니다” 긴급 수습
▶ BTS 속한 빅히트뮤직 매출, 하이브 전체 매출의 최소 25% 이상
‘포스트 BTS’ 먹거리 발굴…IP 확장·차세대 그룹 육성·사업다각화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최정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당분간 팀 차원의 음악 활동을 쉬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소속사인 하이브의 앞날이 주목된다.
하이브에서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이번 결정이 회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하이브의 '심장'과도 같은 BTS…"활동 다각화 통해 '21세기 팝 아이콘' 목표"
16일(이하 한국시간) 가요계 등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이른바 '회식 영상'을 통해 단체 음악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예상보다 훨씬 큰 파장이 일자 하이브는 '팀 해체가 아니다'면서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하이브 산하에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속한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등 여러 음악 레이블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은 하이브의 간판 스타이자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천560억원이었는데,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속한 빅히트뮤직의 매출이 3천97억원으로 24.7%에 달했다.
빅히트뮤직의 매출 비중이 약 4분의 1이지만, 빅히트뮤직이 지난해 7월 물적 분할돼 하반기 실적만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방탄소년단이 하이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보여주듯 전날 팀 활동 잠정 중단 선언이 나오자 하이브 주가는 24.87% 급락한 14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서 다른 그룹 사례와 비교하며 방탄소년단이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뒤따르자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직원들에게 직접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해체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메일에서 "팀 해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활동 다각화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21세기 팝 아이콘으로서 더욱 공고히 자리매김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 '회식' 영상, 오랜 준비 끝에 나온 듯…하이브 '포스트 방탄' 시대 고민
가요계 안팎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이 같은 결정이 오랜 고민을 거쳐 충분히 준비됐으리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멤버들은 영상에서 '이거 나갈 때쯤에는 백악관도 갔겠네?'라고 언급했다. 적어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이달 1일 이전에 촬영했다는 얘기다.
더욱이 맏형 진을 중심으로 한 병역 이슈가 계속 제기돼 왔기에 멤버가 완전체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회사 차원에서 대비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는 그동안 '포스트 방탄' 시대를 위해 K팝 그룹을 잇달아 출격시키고 오디션 프로그램도 촘촘히 계획하는 등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며 "회사가 멤버들의 뜻을 존중했다는 것 자체만 봐도 향후 행보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 그런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이들의 뒤를 이을 '4세대 대표 그룹' 발굴에 주력해 왔다.
지난달 방시혁 의장이 직접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신인 르세라핌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데 이어 SM엔터테인먼트 출신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서도 연내 걸그룹 론칭을 준비 중이다.
하이브 아메리카 역시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여성 팝 그룹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그룹에게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위상을 고려할 때 하이브 내에서 의존도가 큰 게 사실"이라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등 후배 그룹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확실하게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 BTS IP 활용한 모바일 게임 하반기 출시…'위버스-브이라이브' 통합도 준비
하이브는 음악 레이블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방시혁 의장은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한 곳인 넥슨 출신 박지원 대표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업계에서 인재를 영입하며 차세대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이야기'(story)의 힘을 기반으로 웹툰, 웹소설, 게임 등으로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장해가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 일환으로 방탄소년단·엔하이픈·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을 소재로 한 웹툰과 웹소설을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방탄소년단의 지적재산(IP)을 활용한 모바일 퍼즐 게임 '인더섬 위드(with) BTS'를 출시할 계획이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네이버 '브이라이브' 간 통합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팬 플랫폼 시장의 양대 축이었던 두 서비스가 합치게 되면 업계 최대 규모로 올라서면서 파급력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위버스의 지난해 4분기 월평균 방문자 수는 680만명에 달한다.
하이브는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합작을 통해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 K팝 시장서 BTS 음반 판매 비중 24.8%→12.9%…"K팝 '중간 허리층' 탄탄"
평론가들은 하이브가 업계 리더로서 다양한 도전을 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헌식 평론가는 "사업 다각화는 좋지만 무리한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며 "아직은 방탄소년단의 비중이 크기에 향후 활동을 어떻게 전개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하면서 4세대 아이돌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의 '휴식'에도 K팝 시장은 건재하리라 보고 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도별 '음반 판매량 400'(1∼400위 판매량 합계)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에는 24.8%, 2020년 22.4%, 2021년 12.9% 등으로 줄었다.
김 위원은 "현재 K팝 가수들의 라인업은 중간 허리층이 매우 탄탄한 상황"이라며 "방탄소년단의 개별 활동으로 '밀리언 셀러'(앨범 판매량 100만장 이상) 가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