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3.9%에 그쳐 ‘최악의 암’으로 불린다.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발생 원인을 특정할 수 없지만 노화ㆍ흡연 경력ㆍ만성 췌장염 등이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류 교수는 “췌장암은 특히 유전자나 가족력에 따라 발병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며“췌장암 환자가 집안에 2명만 있어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아지는 고위험군(가족성 췌장암)”이라고 설명했다.
◇복통ㆍ황달 생기면 의심해야
췌장은 이자액 등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장기다. 음식물을 십이지장으로 내보낼 때 원활한 음식물 분해를 돕고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췌장은 머리·몸통·꼬리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췌장암 대부분은 췌장 머리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이상 증상은 복통ㆍ황달이다. 황달은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착색되는 증상으로, 십이지장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이 딱딱해진 췌장으로 인해 내려오지 못하고 핏속에 고여서 발생한다. 황달은 비교적 조기에 나타나므로 황달이 생겼을 때 발견된 췌장암은 수술할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식욕 부진과 함께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암이 전이돼 복강신경총을 침범하면 배ㆍ등에 동시다발적으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간에 전이돼 담도를 막으면 황달을 일으킨다. 췌장 꼬리 쪽에 암이 생기면 등 쪽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 초기에는 증상이 있어도 막연한 상복부 통증이나 불편감, 소화장애 정도뿐”이라며 “위·대장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이 없고 위장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췌장암 검사를 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당뇨병이 악화했을 때도 췌장암을 의심해 볼 만하다고 주 교수는 덧붙였다.
췌장암은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췌장 낭성 종양·당뇨병이 있을 때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만성 췌장염이라면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8배 높다. 주광로 교수는 “만성 췌장염은 술 때문에 80%가 발병하는 만큼 금주·절주가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흡연과 비만도 췌장암 발생 빈도를 높이므로 금연ㆍ음식 조절ㆍ운동으로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는 것이 췌장암 발병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정밀 CT 검사해야 정확한 진단 가능
췌장은 복부 초음파검사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만으로 정확히 진단이 어렵다. 복부 초음파검사는 장내 공기가 많거나 비만이 심하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췌장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체 췌장을 관찰하기 어렵다. 일반 복부 CT 검사는 크기가 작은 췌장암을 놓치기 쉽다. 반드시 정밀 CT 검사를 해야 작은 암까지 찾아낼 수 있다.
완치하기 위해서는 췌장 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암이 머리 부분에 발생했을 때는 췌장 머리, 십이지장, 위, 담낭과 담도 일부분을 절제하고 췌장 꼬리 부위에 있으면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다. 종양 위치에 따라 전체를 떼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췌장 역할을 대신할 소화 효소제와 인슐린 투여가 필수다.
주광로 교수는 “환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전이되지 않았더라도 수술보다는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며 “췌장암은 수술 후에도 재발이 높아 수술로 완전 절제가 가능해도 수술하기 전에 선행 항암 치료로 재발률을 낮추기도 한다”고 했다.
췌장암 치료법은 사용하는 약 종류에 따라 3제 요법(5-FU 외 2개 약제 사용)과 2제 요법(젬시타빈, 아브락산)으로 구분한다.
3제 요법은 한 달에 두 번 2박 3일간 입원하며 항암제를 투약하는 치료법이다. 2제 요법은 투약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아 1주일에 한 번씩 투약이 이뤄진다. 약물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면 다른 치료법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항암제는 세포 독성 약물이어서 간혹 정상 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췌장암은 항암제 장기 투약 시 콩팥ㆍ신경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