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고속의 속도감과 깔끔하고 박진한 액션으로 가슴 시원한 영화

2022-05-2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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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탑 건: 매버릭’(Top Gun: Maverick) ★★★★ (5개 만점)

▶ 제트기 비행이 한껏 흥분시키며 조종사들 내세워 애국주의 찬양

초고속의 속도감과 깔끔하고 박진한 액션으로 가슴 시원한 영화

‘매버릭’이 편대를 이끌고 적국의 우라늄 저장소를 파과하가 위해 비행하고 있다.

탐 크루즈를 빅 스타로 만들어준 1986년 작 ‘탑 건’의 속편으로 참신하지는 못하지만 초고속의 속도감과 박진한 액션이 있는 깔끔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훌륭한 기술과 음악과 음향 그리고 촬영과 편집 등이 다소 기시감이 있는 영화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는데 특히 사람들만큼이나 중요한 제트기의 비행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한껏 흥분시키고 있다.

이 제트기들의 초고속 비행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박진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되는데 영화는 이 제트기를 모는 조종사들을 내세워 미국의 애국주의를 찬양하고 있다. 따라서 특히 레드 넥들이 박수갈채를 보낼 영화이기도 한데 보면서 입맛이 씁쓸해진다. 영화의 종반부는 너무나 터무니가 없어 실소가 터져 나올 지경인데 할리웃의 영화들은 대부분이 다 그런 것이니만큼 그냥 모른척하고 즐기면 된다.

일부 제트기 비해 장면은 탐 크루즈가 직접 비행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야 말로 ‘탐 크루즈(제작 겸)의, 탐 크루즈에 의한, 탐 크루즈를 위한’ 영화라고 하겠다. 그는 제트기를 몰지 않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폼을 잡고 있는데 영화에 가득 담긴 그의 정성과 열정을 감지할 수 있다.


콜 사인이 ‘매버릭’(이단자)인 피트 미첼(크루즈)은 모하비사막의 비행기 격납고에서 혼자 사는 테스트 파일롯. 그의 계급이 아직도 대위인 것은 진급하면 데스크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가 진급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가 상관(에드 해리스)의 지시를 무시하고 비행기를 몰고 하늘로 올라 마하 10을 거쳐 마하 11까지 비행하려다 실패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당연히 군재감인데 운 좋게 자기가 나온 샌 디에고의 해군 소속 엘리트 조종사(탑 건) 양성아카데미의 교관으로 전근 발령을 받는다. 이는 ‘매버릭의 과거 탑 건 동료이자 라이벌로 현재 태평양 함대 사령관인 ‘아이스맨’(발 킬머)이 손을 썼기 때문.

‘매버릭’의 임무는 탑 건 12명을 훈련시켜 그 중 6명을 선발해 험한 계곡 속에 있는 적국(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는다)의 우라늄 지하저장소를 파괴하는 것. 제트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눈알이 돌아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장면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탑 건들 중에서 부각되는 두 사람이 ‘루스터’ (마일스 테일러)와 ‘행맨’(글렌 파웰). ‘루스터’는 과거 ‘매버릭’의 동료로 훈련 중 사망한 ‘구스’의 아들인데 ‘매버릭’이 자신의 해군사관학교 입교를 차단시킨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다. 그 이유는 후에 밝혀진다. ‘행맨’은 으스대는 오만한 금발 미남으로 ‘루스터’의 라이벌. 충분하지는 못하나 ‘매버릭’과 ‘루스터’간에 이어지는 갈등이 영화에 극적 분위기를 갖춰준다.

그리고 로맨스도 있다. ‘매버릭’의 로맨스 대상은 그가 과거에 버리고 떠난 페니(제니퍼 카넬리)와의 사랑의 재 점화. 페니는 10대의 딸을 혼자 키우는 탑 건 단골 술집의 주인. 그러나 ‘매버릭’과 페니와의 관계도 ‘매버릭’과 ‘루스터’의 관계처럼 충분히 개발되지는 못했다. 마침내 훈련이 끝나 6명이 선발되고 편대를 이끄는 리더로 ‘매버릭’이 임명된다. 그 다음은 영화를 안 봐도 아는 일인데 과장이 지나치다. 탑 건 아카데미 책임자인 ‘사이클론’의 존 햄을 포함한 앙상블 캐스트가 다 제구실을 하긴 하나 어디까지나 탐 크루즈를 위한 보조자의 위치를 벗어나진 못한다.

다분히 감정적인 장면으로 노스탤지어 분위기를 품고 있는 것이 후두암으로 말을 못하는 ‘아이스맨’과 ‘매버릭’의 오랜만의 재회 장면. 레이디 가가가 주제가 ‘홀드 마이 핸드’를 부른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 관람 등급 PG-13.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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