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초능력을 가진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과 성장 과정 그려

2022-05-13 (금)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편집위원
크게 작게

▶ [새 영화] ‘순진한 아이들’(The Innocents) ★★★★ (5개 만점)

▶ 선과 악의 애매모호한 한계와 함께 초현실적 분위기를 지닌 스릴러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초능력을 가진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과 성장 과정 그려

이다(왼쪽)는 벤의 초능력에 경탄하면서 그와 급속히 친해진다.

한 여름 휴가철 숲으로 둘러싸인 노르웨이의 아파트단지에 사는 초능력을 지닌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과 대인관계 그리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으스스하게 한기가 난다. 아이들이 지닌 선과 악의 애매모호한 한계와 함께 이들이 점차 터득하는 도덕성을 그린 공포영화이자 초현실적 분위기를 지닌 서스펜스 스릴러로 꽉 조여진 각본과 예측을 불허하는 내용의 전개 그리고 아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꾸며진 어두운 동화이다. 그리고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린 음악과 가끔가다 아이들이 본 세상을 거꾸로 보여주는 촬영도 아주 좋다.

이 영화는 머리를 두 갈래로 딴 아역 배우 패티 맥코맥이 사악한 소녀로 나오는 ‘악의 종자’와 모두 백발에 죽은 사람의 눈을 지닌 한 날 한 시에 난 아이들의 공상과학 영화 ‘저주 받은 마을’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순진한 아이들의 내면 근저에 자리한 악의 본질을 다룬 것들로 ‘순진한 아이들’도 아이들의 순진성과 함께 공존하는 악의 성질을 다루고 있다.

9세난 소녀 이다(라켈 레노라 플뢰툼)와 이다의 자폐증자인 언니 안나(알바 람스타드)를 데리고 이들의 부모가 한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다는 부모의 돌봄을 독차지하는 언니가 미워 안나의 맨살 허벅지를 꼬집거나 안나의 신발 안에 유리조각을 넣어 피를 흘리게 한다.


혼자 외출한 이다가 만난 소년이 외국인인 홀어머니와 둘이 사는 외톨이 벤(샘 아쉬라프). 벤은 이다에게 자기가 지닌 초능력을 보여주면서 이에 경탄하는 이다와 친해진다. 그런데 벤은 동네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분노에 차 있는데 그가 이 분노를 자신의 초능력을 동원해 푸는 수단이 아주 잔인하다. 벤은 자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어머니에게까지 가공할 행위를 저지른다.

이다와 친해지는 또 다른 소녀가 역시 외국인인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상냥한 아이샤(미나 아샤임). 아이샤도 밤이면 동네 이웃들의 속삼임마저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는데 아이샤와 안나가 정신적으로 연결되면서 말을 못하던 안나가 더듬지만 말을 하게 된다.

이다와 안나 두 자매와 이들과 초능력을 지닌 벤과 아이샤의 관계를 통해 서술된 부모들에게 숨기는 아이들 자신만의 본질을 냉정하고 분위기 있게 그린 재미있는 작품으로 영화 끝에 이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지는지를 짐작하기가 힘들다. 독창적이요 영특한 영화로 예측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즉흥적 행위와 그들 내면의 모습을 긴장감 가득하게 그렸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이다 역의 라켈의 무표정한 연기가 뛰어난다. 에스킬 보그트 감독(각본 겸)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