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각 스님 명상집 ‘기도로 사는 마음’
2022-05-12 (목)
정태수 기자
강진 만덕산 백련사 주지 보각 스님은 한국불교 사회복지의 선구자로 불린다. 1974년 조계종 승려 1호 사회복지학 전공자인 그는 1985년부터 중앙승가대 불교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길러낸 제자만 천명이 넘는다. 교단에만 머물지 않고 삼전종합사회복지관, 원주 소쩍새마을, 상락원 등 불교계의 대표적 복지시설을 키워낸 주역이란 평을 듣는다. 지금도 그는 사회복지법인 자제공덕회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스님은 또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설법제일 부루나존자에 빗대어 ‘우리시대 부루나존자’로도 불린다. 누구나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짧고도 강렬한 ‘말씀’ 덕분이다. 그러다보니 곳곳에서 법문요청이 밀려든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에는 봉축법문 요청이 너무 많아 모터사이클을 얻어타고 쏜살같이 옮겨다니며 ‘시간차 봉축법문’을 했을 정도라고 한다.
스님의 육신은 해가 다르게 기우는데 스님의 한말씀을 청하는 요구는 줄어들 줄 모른다. 그래서일까. 불기 2566년인 올해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우리시대 부루나존자’다움이 돋보이는 스님의 책이 나왔다. 조계종출판사에서 펴낸 ‘기도로 사는 마음’이다. 보각 스님의 마음공부란 부제가 붙은 228쪽짜리 이 책은 불교 경전과 선지식 말씀에서 고른 명구에 스님이 짧게 해설을 곁들인 것이다. 그중 하나.
…몸뚱이는 음식을 먹고 살고 마음은 기도를 먹고 산다(p8~9) : 제 인생의 좌우명입니다. 어느 순간 제 가슴 속에 들어와 딱 똬리를 틀고 있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매일 일정량의 음식을 먹지 않으면 몸을 지탱할 수 없습니다. 배가 고프면 짜증도 나고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몸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양은 필요합니다. 마음공부,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밥을 먹는 것처럼 기도, 수행을 쉬지 않고 해야 합니다. 최소 밥 먹는 시간보다는 더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마음,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고 수행하지 않으면 마음에는 큰 구멍이 생기고 말 것입니다. 수행자라면 특히나 더 정진에 게으름이 없어야 합니다…
스님은 또 “어리석은 사람은 한평생 다하도록 어진 사람을 가까이 섬기어도 참다운 진리를 알지 못한다, 국자가 국맛을 모르듯이” (p110~111)라는 법구경 말씀과 “아무리 박학하더라도 수행하지 않으면 무식한 것과 같으니 먹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배부르지 못한 것과 같다”는 능엄경 말씀을 들어 “수행은 직접 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그 ‘한 맛’을 알 수 있습니다. 맛을 보면 좀 더 먹게 되고 포만감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자유자재로 요리를 하는 수준에 이릅니다. 입과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하는 수행이 진짜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스님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책은 제가 평소 정진을 하거나 경전을 볼 때마다 담아 두었던 선지식들의 말씀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펴내게 됐다"며 "고민과 번뇌를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 되시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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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