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한 달 간 하락하다 최근 재상승, SF 갤런당 6.028달러...다시 6달러대 올라
▶ 주정부 지원금 ‘감감 무소식’...운전자들 ‘분통’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인 황모씨는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주말이면 자동차를 몰고 여기저기 여행다니기 좋아했던 그는 개솔린 가격이 6달러 안팎으로 치솟은 후부터 교외로 드라이브는 커녕 볼일을 보러 갈때도 한번 더 고민해본다고 했다. “그나마 시내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평소 잘 이용하지 않던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려 한다”며 “비싼 렌트비에 개스값까지 이중고를 겪으며 드라이브 여행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지역 개솔린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여 간 느림보 하락세를 보이다가 4월 말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11일째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9일 SF시 개스값 평균은 갤런당 6.028달러로 1주일전보다 13.2센트가 오르는 등 최고가격을 경신했다. 오클랜드와 산호세, 새크라멘토는 동일 개스값이 각각 평균 5.898달러, 5.905달러, 5.780달러로 역시 이날 최고가를 기록했다.
베이지역 개스값은 러시아가 우크라니아를 침공한 지 1주일 후인 지난 3월3일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해 SF시의 경우 3월29일 갤런당 평균 5.95달러를 찍는 등 고공행진을 보였으나 4월 한 달여 간 내림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이번에 오름세로 돌아서며 다시 갤런당 6달러대를 위협하고 있다.
제약 영업을 하고 있는 한인 K모씨는 “한번 5달러대로 뛰어 오른 뒤로 떨어지지 않고 있어 개솔린 비용 지출 부담은 여전하다”며 “회사에서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영업을 뛰기 때문에 개솔린 사용을 줄일 수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대를 상회하고 있는 데다 캘리포니아 내 정유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 개솔린 가격 재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1달러(1.4%) 오른 배럴당 109.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원유 공급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가주 내 정유사들의 개솔린 공급 부족도 개솔린 가격을 끌어 올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 3월과 4월 2달 동안 정유사의 개솔린 공급량은 15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상승과 가주 내 공급 부족이라는 안팎의 요인들이 겹치면서 베이지역 개솔린 가격의 하락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가주 정부가 추진하려던 ‘개솔린 지원금’도 답보 상태에 있어 한인들을 비롯한 가주민들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3월 개빈 뉴섬 주지사가 등록 차량 소유주에게 400달러씩, 2대 이상 소유주에게 최대 800달러씩 개솔린 지원금을 오는 7월부터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차량 소유주에게만 지원하는 건 특혜이고 부유층의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후 주의회 민주당 지도부가 연소득 25만달러 이하 납세 가구를 대상으로 200달러와 자녀수당 2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처리 속도는 거북이 걸음이다. 개솔린에 대한 판매세 부과를 유예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이번 달 1일까지 처리하지 못해 물 건너 간 셈이 되어버렸다.
고공행진 중인 개솔린 가격에 마더스데이를 비롯해 가족의 달인 5월까지 겹치면서 씀씀이가 늘어난 한인들의 볼멘 소리들이 늘고 있다.
한인 이모씨는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데 현실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에 고물가까지 참 힘든 시기”라며 “한번 올라간 개솔린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차를 운행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한인 최모씨는 “개솔린 지원금을 주겠다는 발표는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주민 생활을 돌보는 게 주정부의 기본적인 일인데 이제부터라도 주민들의 삶을 제대로 챙겨야 할 것”이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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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