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봄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부드러운) 가을볕에는 딸 내보낸다.” 이 속담은 며느리보다 딸을 더 챙기는 시어머니의 본심을 잘 나타낸 말이다. 봄 햇살이 점점 따가워지면서 자외선량도 만만치 않은 시기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자외선AㆍBㆍC로 나뉜다. 이 중 자외선BㆍC는 눈 각막에 거의 흡수되지만 자외선A는 각막과 수정체에 일부 흡수되고 일부는 망막까지 도달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강한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백내장ㆍ황반변성 등 실명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잦은 자외선 노출로 ‘젊은’ 백내장 늘어
백내장은 나이 들면서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최근 30~40대 젊은 환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숙연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젊은이가 걸리는 백내장은 대부분 외상이나 당뇨병ㆍ아토피피부염 등 전신 질환이 있거나,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오래 사용하면 발병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푸른 파장 빛이나 야외 활동으로 자외선 노출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백내장이 발생하면 시력이 떨어진다. 특히 젊은 층은 단순히 시력이 저하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밝은 빛이 별 모양으로 흩어져 보이고 사물이 붉거나 노랗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백내장은 서서히 진행돼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된다. 따라서 조기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일상 활동에 지장이 없다면 진행을 최대한 더디게 하는 약물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이후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 수정체로 바꾸는 수술을 해야 한다.
◇‘시력 도둑’ 황반변성, 40~50대도 안심 금물
황반변성은 눈에서 카메라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黃斑)이 변성되는 병이다.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황반 손상으로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고 사물의 중심이 까맣게 보인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할 수 있다.
‘시력 도둑’으로 불리는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ㆍAged Macular Degeneration)이 대부분인데, 40~50대 젊은 환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40세 이상 눈 질환 유병률 가운데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13.4%였다(질병관리청ㆍ대한안과학회).
황반변성도 노화뿐만 아니라 자외선 노출, 흡연 등 다양한 원인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황반변성은 서서히 진행되는 백내장과 달리 한 번 발생하면 진행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도 자각 증상이나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발견될 때가 많다.
황반변성에는 건성(dry)과 습성(wet) 두 가지가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노화로 노폐물이 망막에 쌓이면서 노란 반점이 망막과 맥락막에 생긴다. 병 진행이 느리고 초반에는 증상이 전혀 없다.
건성은 시간이 흐르면 습성으로 바뀌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습성은 황반 속 시신경과 시세포가 죽으면서 망막에 산소ㆍ영양소를 공급하는 맥락막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말한다. 이 신생 혈관이 혈관층을 벗어나 망막까지 이르면 망막세포를 파괴하고 출혈을 유발해 결국 실명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고용량 종합 비타민으로 시력 저하를 늦추면서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하는 것을 늦추는 데 도움된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로 광역학 요법(비주다인)과 항혈관 생성 인자(anti-VEGF)를 눈 속에 넣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약제 발달로 유리체강 내 항혈관 생성 인자 주사 치료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완치가 어려워 주사 치료로 시신경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했다.
최근 눈 건강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인 루테인을 먹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루테인을 10년 정도 먹어야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경우 건성에서 습성으로 악화하는 것을 24% 정도 예방할 뿐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루테인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에만 효과가 있기에 젊은 층에서는 굳이 사 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외출 시 자외선 차단 위해 선글라스 써야
자외선이 강한 날에서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한다면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이숙연 교수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부족한 짙은 색상의 선글라스는 눈 건강에 좋지 않다”며 “짙은 선글라스는 눈에 들어오는 가시광선 양을 줄이므로 이 때문에 눈 조리개 역할을 하는 동공(瞳孔)이 넓어지면서 오히려 자외선을 많이 흡수해 눈을 해치게 된다”고 했다.
또 자외선이 강한 날에는 어린이도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좋다. 어린이의 수정체는 성인보다 투명해 파장이 짧은 빛도 수정체에서 흡수되지 못해 더 많이 망막에 노출돼 유아기 시력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