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의 탐욕의 본성과 파괴성… 참담한 종말그린 스릴러

2022-03-18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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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새 영화 ‘‘황금’’(Gold) ★★★½ (5개 만점)

▶ 매우 거칠고 사실적이며 긴박감 넘치고생존^인간의 강인성을 보여주는 도덕극

인간의 탐욕의 본성과 파괴성… 참담한 종말그린 스릴러

두 남자가(왼쪽이 잭 에프론) 땅속에 묻힌 황금덩어리를 손으로 파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주의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탐욕의 본성과 파괴성 그리고 그 것의 참담한 종말을 군더더기 없이 얘기한 박진한 스릴러로 할리우드의 ‘프리티 보이’ 잭 에프론이 피부가 터진 얼굴에 상거지 꼴을 하고 나와 필사적인 연기를 한다.

분위기가 ‘매드 맥스’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가 시간대로 우화 같은 느낌을 주는데 매우 거칠 정도로 사실적이며 긴박감이 가득하다. 스릴러이면서 아울러 인간의 생존과 인간 정신의 강인성 그리고 신뢰에 도덕성에 관한 도덕극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또 마지막 장면에 뜨거운 태양열기 속에 캘리포니아의 데스 밸리에서 친구였다가 욕심 때문에 적으로 변한 두 남자가 비극적 종말을 맞는 상영시간 4시간 20분짜리 에릭 본 스트로하임의 걸작 무성영화 ‘탐욕’(Greed·1924)을 연상케도 한다.


사막 한복판에 있는 버려진 마을의 잡화상 겸 정거장에 다리를 저는 맨 원(이름이 없다-잭 에프론)이 도착한다. 거친 피부에 반짝이는 눈을 한 그는 여기서 자기를 ‘컴파운드’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 맨 투(감독 앤소니 헤이즈)를 찾는다. 맨 원은 보다 나은 삶을 마련해 준다는 전단을 보고 ‘컴파운드’로 가는 것인데 맨 투는 그런 맨 원에게 거기 가면 죽도록 고생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고물 픽업트럭을 모는 용병과도 같은 맨 투와 차에 탄 맨 원간의 역동적 관계를 그렸는데 둘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어딘지 불안하다. 사막을 달리던 차가 고장이 난다. 둘이 차에서 내려 수리하던 중 맨 원이 저 멀리 흙 속에서 광채를 내는 물체를 발견한다. 둘이 현장에 가보니 황금덩어리가 아닌가.

둘은 함께 손으로 금덩어리를 땅 속으로부터 파내려 하나 힘이 부쳐 트럭과 금덩어리를 체인으로 연결해 파내려 해도 안 된다. 인근 마을에서 굴착기를 가져오는 수밖에 없는데 맨 원이 남아 금덩어리를 지키기로 하고 맨 투가 트럭을 몰고 떠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에프론의 원 맨 쇼가 된다. 맨 원은 열기와 추위와 들개와 전갈 그리고 모래 바람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금덩어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그의 이런 생존 투쟁이 긴박감 강렬하고 처절하도록 실감이 난다. 그리고 맨 원은 느닷없이 나타난 떠도는 정체불명의 여자가(수지 포터) 자기를 도와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한다.

맨 원이 가진 위성전화로 맨 투가 늦어지겠다고 연락을 하는데 과연 맨 투의 속셈은 무엇일까. 끝 부분의 반전이 아찔하다. 에프론이 영육을 모두 투척한 맹렬하고 강인한 연기를 하는데 보기가 힘들 정도다. 그가 혼자 영화를 짊어지고 간다고 해도 되겠다. 관람등급 R.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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